[Cover Story] 기업 당기는 '원주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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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시 메디아나 종업원들이 혈압 등을 모니터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중앙포토]

1일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우성넥스티어 공장. 임직원들이 이삿짐을 옮기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늦어도 7일까지 이사를 끝내고 8일에는 공장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성넥스티어는 부산에 본사를, 인천에 공장을 두고 PDP와 LCD TV를 제조.수출하는 업체다. 증권거래소 상장사다. 최근 회사 규모가 커져 원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 회사 황종욱 공장장은 "충주와 오창.화성 등 새 공장 입지를 살펴봤지만 회사가 바라는 공장입지로는 원주가 안성맞춤이었다"며 "원주시 측에서 직업훈련원 등에 채용 안내서를 보내는 등 원주공장에서 일할 인력 확보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또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땅값이 수도권의 10분의 1에 불과한 것도 이 회사를 움직였다.

우성넥스티어에서 북서쪽으로 차를 타고 5분가량 달리니 이제 막 기업들이 들어서고 있는 동화농공단지가 나타났다. 단지 앞쪽 6500평 부지에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아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본사와 원주 시내에 있던 공장을 통째로 이전했다. 그 옆에 X선 기기 제조업체 리스템의 본사 건물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메디아나의 허상 사장은 "기업을 옮기려면 고용과 물류.생산 기반시설 조건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대가 있어 의료기 관련 연구 인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군사도시'란 이미지가 강했던 원주가 기업들의 새 보금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경기도 부평에 본사와 공장을 둔 리스템, 의왕의 삼아약품, 오일필터 제조업체인 용인의 동우만앤휴멜 등도 원주에 공장을 짓기로 최근 확정했다. 동우만앤휴멜은 현대차.기아차.GM대우 등에 자동차 필터를 납품하는 회사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삼아약품은 국내 제약업체 중 소아용 부문에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주시는 올 상반기에 33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연말까지 모두 70개 업체가 이전을 확정할 것으로 원주시 측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3개 기업이 원주에 왔다. 원주시 지역경제과 김경진 과장은"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들이 원주로 오고 있고 코스닥에 등록된 일반 제조업체 중 5개사가 공장과 본사를 모두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몰리다 보니 원주 주변 일부 산업단지는 벌써 만원이다. 동화의료기기 전문 농공단지엔 이미 4개의 공장이 들어섰고, 동화지방산업단지는 삽을 뜨지도 않았는데 사실상 입주 예약이 끝난 상태다. 원주의 교통사정도 크게 좋아졌다. 영동고속도로가 강릉까지 확장됐고 2011년에는 경기도 광주와 원주를 이어주는 제2영동고속도로도 완공된다. 서울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중앙선은 2014년까지 복선으로 된다.

김기열 원주시장은 "원주의 최대 장점은 사통팔달로 뻗어 있는 교통망"이라고 말했다. 원주시는 기업 유치에 팔을 걷었다. 지난해 11월 기업 유치 관련 조례도 만들었다. 종업원이 200명 이상이거나 투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면 최고 60억원까지 지원키로 한 것이다. 원주시는 그러나 최근 주변 땅값이 크게 올라 고민에 빠졌다.

원주시의 한 관계자는 "기업도시 부지로 거론된 지정면의 경우 평당 10만원 미만이던 땅값이 두세 배가량 올랐고, 지난달 기업도시 지정 이후엔 매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최근 한 대기업이 공장 이전을 계획했다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포기하기도 했다. 기업도시 지정이 되레 기업 유치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원주=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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