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종합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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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올림픽과 서울아시안게임의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었다.
우리가 앞으로 치러야 할 두개의 대규모 행사의 예산과 규모계획을 현시점에서 어림잡은 윤곽이다.
비록 윤곽이라곤 하지만 그것이 연인원 1천여명이 한달에 걸쳐 작업한 결과로 내놓은 것이며 또 이것이 최초의 구상이자 각종 구체적 준비의 지침이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 점에서 볼 때 이 계획이 예산규모를 두 대회를 합해 6천 66억 1천 7백만원으로 잡은 것에 우선 주의하게 된다.
이 비용도 이미 추진되어온 계속사업을 제외하면 순수한 신규사업예산은 5천 5백 5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체로 8억 달러의 규모다.
이 예산은 일견 절약예산으로 볼 수 있다. 64년 동경이 27억 달러, 72년 뮌헨이 17억 달러, 76년 몬트리올이 12억 달러, 80년 모스크바가 20억 달러를 쓴데 비하면 현저한 긴축예산이다.
하지만 그것은 재정형편이 좋지 못한 우리의 처지로선 분수에 넘는 잔치를 벌이고 나서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개발도상국의 일원으로서 부유한 선진국을 흉내내는 것이 무리일 뿐더러 국민부담만 가중시키고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결국 외국인의 조소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 점에서 계획이 기존시설의 최대활용과 민자유치 그리고 수익사업 적극추진이라는 3개 방향을 축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않는 효율적이고 적자 없는 재정운용에 초점을 둔 것은 일단 올바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시 이 계획엔 몇가지 문제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그것은 우선 이른바「무적자예산」의 허실문제다. 계획에 의하면 이 행사는「적자 없는 대회」예산이요, 숫자적으로만 보면 44억원의 흑자까지 낼 참이다.
그것을 언뜻 보면 잘 짜인 예산으로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그 자체가 이 계획의 무실을 입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나라고 올림픽을 치르고 흑자를 낸 경우가 없을 뿐 아니라 지금 책정된 6천 66억여원의 예산이 모두 직접투자비에 한정되어 있다.
환경, 도로, 지하철 등 간접투자비가 계상되지 않은 예산에서 흑자란 공연한 수치일 뿐이다. 동경의 경우는 지하철건설비마저 내용에 포함하고 있다.
또 6천 1백 10억원으로 잡은 수입계획의 내역도 문제다.
TV중계면, 기념주화, 부권, 표장사용권, 입장권, 기념품 등을 예상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산일 일뿐이다.
중계료의 30%는 IOC에 납부해야 한다든가 올림픽마크 사용에 메이커들이 어느 정도 참여할 것인가가 모두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신규시설을 억제하고 기존시설을 보수하여 사용하는 문제도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불가피한 계획이겠으나 경우에 따라선 국제규격이나 효용도로 볼 때 신규건설이 불가피한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시설을 보수하는 것이 내용면에서 더 낭비적일 가능성도 큰 것을 감안해야겠다.
또 숙박시설에 대한 배려도 문제다. 외래관광객을 35만명까지로 잡으면서 막연하게 신축 아파트의 임시호텔화와 호화여객선 유치 등을 가상하고 있다.
외국의 선례로 보아 계획의 추진과정에서 지출규모가 상당히 늘어날 것도 감안해야 한다. 전체규모에선 적자가 아니라고 하나 83, 84, 86년엔 상당히 큰 적자폭이 계상되고 있다. 이를 차입금으로 보전한다는 계획은 인플레에 어떤 영향을 줄까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체육부가 막연히 대처한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국가적 사업인만큼 부처간의 협의와 협조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간접투자부문은 국토개발의 차원에서 고려되겠으나 이들 행사와도 유루 없는 연계아래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예산만으로 집행되는 건 아니다. 호사가 꼭 국가의 체면을 살려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가 외국 손님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있다.
관광객들은 스포츠경기를 보기위해 오지만 그 가운데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예술문화에 매혹될 수도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민속과 인정은 우리의 가장 풍요로운 자산이기도 하다.
거기에 시민의 친절과 상인의 정직이 문화국민의 품위를 높이는 향기로서 그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성공일 수 있다.
이들 행사에 대비해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서 문화민족의 긍지를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빈틈없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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