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소녀』등 소문난 것만 10여곡 대부분 일본곡|팝멜러디 일부 모방표절에 너무 곤경과민…. 가요계위축 비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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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가요계는 표절시비 문제를 놓고 한참 열기를 내뿜고 있다.
지금까지 KBS 『가요톱텐』에서 연 4주나 l위를 차지했던 민해경양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2악장에서 테마를 따왔다는 사실을 작곡자 이범희씨(45)가 인정, 표절시비에 불을 붙인 것.
현재 가요계에서 일본곡이나 팝멜러디 일부를 표절했다는 소문이 오르내리는 노래만도 10여곡.
지난 봄 MBC인기곡 상위권까지 올랐던 김포수군의 『별, 달, 장미, 백합』은 일본의「핑크레이디」가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발표한『SOS』곡과 똑같고 그룹사운드 템페스트의 리드싱거 장계현군이 부른 『나의 20년』은 「폴·앵커」의 『파파』와 흡사해 역시 표절시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태춘군이 히트시킨『촛불』도 일본노래 『블루라이트 요꼬하마』와 흡사하다는 것.
한때 혜은이양이 불러 영화화까지 되었던 『제3한강교』(길옥윤 작곡)도 팝송「Anyway」와 멜러디가 같아 소란을 피운바 있다.
조경수군을 톱가수 자리에 올려 놓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행복이란』곡은 50년대 말 권혜지씨가 히트시켰던 『산장의 여인』의 멜러디를 짜놓은 듯이 닮았다.
최근 김수희양이 부르고 있는 노래 『정거장』은 편곡과정에서 「도너·서머」의 『History』를 닮았으나 작곡가는 영향은 받았지만 표절은 아니라고 표절소문을 강력히 부인한다.
이러한 표절문제는 요즘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계속 있어왔던 가요계의 악습중의 하나다.
지금은 표절이 확실해 방송금지됐지만 길옥윤씨의 『사랑하는 마리아』는 칸초네 『검은 눈동자와 푸론하늘』을, 『4월이 가면』은 샹송 『사랑하는 마음』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길씨의 『태양이 뜨거울때』는 일본곡 『스스가깨노미찌』의 표절이었다.
박춘석씨의 『섬마을 선생』은 『다와다보이겐바』를, 『별아 내가슴에』는 『오사느풀라멩고』라는 일본노래를 표절한 것이었다.
김기웅씨의 『종이배』도 팝곡 『아이러브유』를 표절했다고해서 번안 금지곡으로 지정되어있다.
이외에도 최병걸군의 『난 정말 몰랐었네』, 문영일의 『서울역』 등도 일본가요를 표절해 말썽을 빚은바 있다.
이러한 표절시비문제에 대해 한국공연윤리위원회(위원장 최창봉) 측은 단순히 표절기준만을 밝히고 있는 실정. 그리고 표절곡이나 표절 작곡자는 발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다고 주장.
공륜측이 밝힌 표절기준을 보면 4정, 4정, 6정, 5정박자의 노래는 첫 두 소절이, 2요, 2요, 3흥, 3박자는 첫 네 소절이 같았을 때를 표절로 본다. 그리고 표절문제는 표절이라는 증거자료를 가지고 제소자가 제소하는 경우에만 그 곡을 심의, 표절여부를 판가름한다.
이 기준으로 보았을 때 최근 표절시비가 있었던 이용군의 『잊혀진 계절』(이범희 작곡)은 전혀 표절이 아니라고 작곡가 임석호씨는 밝히고 있다.
이런 표절시비문제를 놓고 일부가요계에선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다. 『「엘비스·프레슬리」가 히트시켰던 「러브미텐더」가 원래 미국사회에 전해 내려 오는 것이라는 노래를 일부 개작해 자신의 곡으로 발표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이 분위기만 같아도 표절시비를 걸어 가요계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오는 86년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찾아올 관광객들에게 독창적인 대중가요를 들려 주기 위해서는 표절은 물론이고 일부의 모방도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강경한 측도 있다. <전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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