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협의 나선 힐' 부시 1기 였다면 총살감"

중앙일보

입력

"이런 일이 부시(행정부) 1기에서 일어났다면, 관련 인물들은 일렬로 세워져 총살당했을 것이다."

한겨레 신문이 베이징 4차 6자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며 워싱턴포스트를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잭 프리처드 전 대북협상 특사는 이번 6자 회담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金桂冠) 북한 외무성 부상이 활발하게 협의하는 모습을 이렇게 논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행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북한과의 양자협의 금지 조처가 사실상 해제됐다며, 이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에서 중대한 변화라고 전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부시 1기 행정부 시절 대북협상을 담당했으나, 2003년 8월 중순 1차 6자 회담을 불과 며칠 앞두고 사임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온건파였던 그는 국무부내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존 볼턴 당시 국무차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극한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하면서 협상을 깨려하자, 북쪽에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면서 강경파들의 비난에 직면하자 프리처드 스스로 물러났다.

이 신문은 1기 행정부 당시 6자 회담 미국쪽 수석대표였던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겪은 일화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2003년 4월 북-미-중의 베이징 3자 회담에서 '북한과는 별도로 만나지 말라'는 엄격한 지시를 받았는데, 차석대표로 참석한 프리처드는 동료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회담은 사흘의 일정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북한대표들은 회담장을 떠날 것이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다.

1기 행정부에서 협상파였던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과의 1 대 1 대화를 금지한 백악관의 이런 지침에 대해, "협상대표들을 감시하는 이들을 또 다른 감시자들이 지켜보는 과거 소련에서와 같은 이중 삼중의 통제체제를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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