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 읽기] '최후의 만찬'에 숨은 7가지 비밀을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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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전통적인 관례를 뒤집은 ‘비밀의 만찬’이다.

최후의 만찬 / 원제 La Cena Secreta
하비에르 시에라 지음, 박지영 옮김. 노마드북스, 1·2 각 264쪽, 각 권 9000원

"모든 인간은 일반적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복잡해지는 하나의 수수께끼가 된다. 하물며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연금술사 레오나르도에 관해서야 어떻게 한번이라도 그의 숨겨진 면모를 속시원히 밝혀내기를 바랄 수 있으랴."

화가이자 과학자며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에 관한 방대한 평전을 쓴 미술평론가 세르주 브람리는 한숨지었다. 르네상스기를 함께 산 동료 화가가 '자연이 다시 창조할 수도 없는 뛰어난 인물' '때로 하늘은 인성뿐만 아니라 신성도 갖춘 인간을 우리에게 보낸다'고 경탄했던 레오나르도는 조물주를 꿈꾼 천재였다.

스페인 출신의 소설가 하비에르 시에라(34)는 수수께끼가 된 레오나르도를 파헤치기 위해 그가 남긴 벽화 '최후의 만찬'을 제물로 삼는다.

레오나르도가 1495년부터 98년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의 식당 벽에 그린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그의 열두 사도와 함께 나눈 마지막 식사가 주제다. '최후의 만찬'은 이미 댄 브라운이 화제작 '다 빈치 코드'에서 살짝 건드린 의혹의 대상이다.

하비에르 시에라는 이 '최후의 만찬'을 아예 '비밀의 만찬'으로 몰고 간다.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팩션(faction)이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계보를 잇는 역사 추리소설이다.

레오나르도는 생전에 "말을 꾸며대고, 큰 돈을 받으며, 낙원을 약속하는" 신부의 위선을 경멸했다. 그는 면죄부 판매에 반대했고 성인 숭배를 비판했다. 종교개혁의 불씨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던 시절이다. 레오나르도가 '최후의 만찬'을 전통 관례대로 그리지 않고 파격적인 인물 묘사와 해석으로 뒤집은 까닭이다. 작가는 레오나르도가 이단 종교인 카타르파의 교주였다는 과감한 가설을 세운 뒤 '최후의 만찬' 속에 숨은 일곱 가지 비밀을 풀어놓는다.

"믿음을 가진 자들에게 마치 어떤 비밀이라도 교신하듯 상징을 보내고" 있는 '최후의 만찬'은 일종의 지적인 경기, 두뇌 게임을 펼치며 독자를 앞으로 내닫게 만든다. 타로 카드에 나타난 암호문인 '눈을 세어라', 카드 속 여성이 들고 있는 푸른 책, 연쇄 살인사건과 분신자살, 납치와 회개 등을 푸는 주인공이자 해설자는 종교재판관이자 암호해독가인 아구스틴 레이레 신부다. 영화의 내레이터처럼 그는 친절하게 영혼의 성찬을 요리한다.

역사 속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갈망했고, 소설 속 아구스틴 레이레가 찾아 헤맸던 것은 무엇일까.

"빛으로 부활한 신과 직접 대화하고 영혼의 가치에 바탕을 둔 미래교회의 도래가 아닐까"라고 작가는 쓴다. '최후의 만찬' 속 사도의 특징을 알파벳대로 거꾸로 붙여 읽으면 드러나는 '콘솔라멘툼', 즉 '카타르파의 성찬'이 비밀이었던 것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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