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북·미, 밀고 당기기 2시간4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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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右)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5호각에서 열린 오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북한 측이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까. 28일 계속된 베이징 제4차 6자회담의 관심은 온통 여기에 모아졌다. 열쇠를 쥔 양측 대표들은 이날 오전 이번 회담 들어 세 번째 양자 접촉을 했다. 2시간40분 동안의 긴 접촉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대표는 이 접촉 뒤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날 접촉에선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폐기돼야 할 핵의 범위, 북.미 간 관계 정상화 방안 등의 쟁점들이 도마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모두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 먼저 판을 깨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성과물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회담장 주변에선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전날 기조연설에서 드러난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추상적인 수준의 '말 대 말' 공약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우선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북한 측은 미국에 의한 핵 우산 제공 철폐 등 핵 군축에 초점을 맞춘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말한다. 미국은 '북한 핵 폐기=한반도 비핵화'로 해석한다. 폐기해야 할 핵의 범위에 대해서도 미국은 평화적 목적의 핵과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 등 북한의 핵 관련 물질과 시설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로 한정하고 있다. HEU는 아예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여기에 중국이 28일 "평화적인 핵 사용엔 반대하지 않는다"(친강 외교부 대변인)고 밝혀 관계국간 입장이 묘하게 얽혀 있다.

때문에'한반도 비핵화' 또는 '모든 핵의 폐기' 등 서로 해석을 달리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회담의 궁극적인 목표와 출구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해석이 다른 부분은 앞으로 회담이 진행하면서 이견을 조정해갈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 측이 핵 폐기의 반대급부로 밝히고 있는 '북.미 관계 정상화'도 공동문건에 포함돼야 할 핵심요소다.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장하며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을 궁극적 타깃으로 삼고 있는 북한 측에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 수준의 약속을 해 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날 오찬을 주재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낚시터라는 뜻)에서 대어 (大魚)를 낚자"는 덕담을 했다. 29일로 예정된 북.미 간의 네 번째 양자 접촉과 6개국 수석대표 회의는 대어를 낚기 위한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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