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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선후진 현상은 타파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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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6일부터 8월 6일까지 멕시코시에서 열리고있는 유네스코 주최 세계 문화정책 회의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이진희 문공부 장관은 28일 상오(한국시간) 이 회의에서「세계 문화정책에 있어서의 한국의 입장과 세계문화의「장래」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
한국은 이미 3세기께 에 통일독립국가를 이루어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19세기에 들어 한국은 문호개방과 동시에 현대 서구문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민족문화와 전통보존에 대한 욕구가 생겨났다. 일제에 의한 주권상실과 남북분단은 민족문화에 대한 요구를 크게 했다.
한국인은 이 때문에 한국문화의 독자적인 전개와 창의적인 탐구·인도주의적 발현을 통해 세계성과 보편성을 획득하려고 노력하게 됐고 남북간의 문화교류를 주장하여 민족내부의 문화적 격리 상태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를 주축으로 진행된 근대화작업으로 해서 생긴 문화부문에 대한 상대적 소홀을 인식하고 문화진흥정책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을 하고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또 한국과 유사한 입장에 있는 나라에서 볼 때 세계의 문화현황은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제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심각하게 문화면에서도 선·후진현상 (남북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적인 시정노력이 미흡한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남북문제는 이미 자본으로부터 기술에 이르기까지 선·후진국간의 광범한 협력도모를 통하여 그 극복이 시도되고 있는데 문화면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없었다. 문화적인 국제교류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선진국의 독과점 상태를 하루빨리 없애고 정보나 지식의 전파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당하게 조정통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해 후진국 국민들의 문화창조의 잠재력이 둔화, 또는 소멸의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공유되어야 한다.
현대 인류학자나 비교사회학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적 후진국가가 반드시 문화적 후진국가일 수 없으며 설령 후진문화라 하더라도 그 자체 안에 독자적인 문화체계, 긍정적 문화가치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제적·군사적·기술적 우위에 있는 나라들은 이 같은 우위가 문화적 선진성 그 자체로 생각하고 그들의 문화체계를 본받아 들이기를 강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야만적 문화로 생각하는 태도를 버려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경제적 선진국의 후진국에 대한 겸손한 문화투자, 이질문학간의 호혜적 문화자주, 그리고 인류공동의 문화유산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공동연구와 실천작업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싶다.
본인은 유네스코의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취가 이러한 관점에 있어 왔다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 공동의 연구·협력의 기회가 많아지기를 신중하게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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