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내 ‘1억 이상 기부자 클럽’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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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쌍용자동차 퇴직자 출신인 김형남(43)씨. 그는 퇴직 후 인수한 우유 대리점 사업이 안정되자 어려운 이웃 돕기에 나섰다. 20일엔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한다. 강원도에서 열네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고액 기부자 모임으로 1억원 이상 기부 또는 약정한 회원이다. 김씨의 가입을 계기로 이날 춘천의 음식점 ‘싼토리니’에서 강원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이 창단된다.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가 고향인 김씨는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농사를 지었다. 김씨는 새벽에는 신문 배달, 저녁에는 식당 서빙이나 건설현장 벽돌 쌓기 등으로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군 제대 후 1996년 기술직으로 쌍용자동차에 입사한 김씨는 2009년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나왔다. 그 해 5월 가족을 평택에 둔 채 강릉의 우유 대리점을 인수한 김씨는 대리점에서 하루 2시간의 쪽잠을 자며 사업을 일궜다. 2011년 2월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가족과 합쳤다. 가정이 안정되자 복지관에 기부하는 등 어려운 이웃 돕기에 본격 나섰다. 올 2월부터는 공동모금회에 월 100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고등학생 아들과 그의 친구들로 자원봉사단도 꾸렸다.

 강원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2011년 12월 1억원을 기부한 조봉순씨가 1호를 기록했다. 이어 2012년 5월에는 원주의 김명수(치과의사)씨가 매출의 일부를 환원하겠다며 가입했다. 그는 현재 매달 300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석수경씨가 딸 결혼 축의금을 기부하며 가입했고, 지난 8월에는 두 차례 화재를 당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을 일군 홍천환경산업 김금주씨가 가입했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회원도 있다.

 김효진 강원도공동모금회 대리는 “회원간 만남과 교류의 장을 열고 도내 ‘노블리스 오블리주’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클럽을 창단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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