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PC로만 하는 게임은 안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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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8일 개발 중인 게임 ‘리니지 이터널’의 시연 영상을 소개했다. 오른쪽은 이 게임의 포스터를 합성한 것.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창업자인 김택진(47) 대표가 새로운 도전장을 냈다. 그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PC 게임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모바일로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18일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전략을 공개했다. 20일 개막하는 게임쇼 ‘지스타2014’를 앞두고 이날 서울 강남구 청담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모바일 게임 6종과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대작 MMORPG(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 혼’의 티저 영상도 직접 소개했다.

 그는 우주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아폴로13호의 산소탱크가 터져 달 탐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던 것처럼 지금 엔씨소프트도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모바일 시대 주도권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우리가) PC시대 회사로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며 “이제는 새로운 우주인 모바일에서 많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바일 시대의 게임산업은 구글·애플·카카오 같은 퍼블리싱(유통) 기업이 뛰어다니는 영역”이라며 “과거와 달리 게임개발자가 소작농과 비슷한 처지가 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모바일엔 국경이 없다”며 모바일과 글로벌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PC로만 하는 게임은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서비스 중인 온라인PC게임 ‘블레이드앤소울’과 ‘아이온’의 모바일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17년간 개발한 게임들의 지적재산권(IP)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인기 골프게임인 팡야도 모바일버전으로 내놓는다.

 엔씨소프트는 또 자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도 구축 중이라고 공개했다. 김 대표는 “내년에는 클라우드로 전 세계에 게임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같은 게임을 국가별로 시차를 두고 출시하던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온라인게임까지 클라우드 서버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플러스를 통해서도 엔씨소프트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도 강화한다.

 김 대표의 요즘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이다. 그는 “최근 몇 년간 AI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엔씨소프트는 창업 이후 줄곧 게임 개발로 ‘폼생폼사’ 해왔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기술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대주주인 넥슨(15.08%)의 추가 지분매입에 대해 김 대표는 “넥슨은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했던 사실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며 “서로 도우면서 경쟁하는 관계”라고 짧게 말했다. 넥슨이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다. 앞서 넥슨코리아는 지난달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공시 당일에야 지분 매입 사실을 알리면서 양사 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사는 2년 전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재팬을 통해 김택진 대표의 지분 일부(14.7%)를 매입해 관계를 맺었다. 당시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800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최근 엔씨소프트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넥슨은 3800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봤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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