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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가해병사들은 왜 항소했을까

중앙일보

입력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이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군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살인 대신 상해치사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가해 병사들이 항소한 이유는 형량이 과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육군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주범 이모(26) 병장에게 징역 45년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하모(23) 병장은 징역 30년, 지모(23) 상병 등 2명은 각각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폭행 사건에 일부 가담한 의무지원관 유모(23) 하사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가해 병사 중 한 명인 하 모 병장의 김 모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1심 판결에 불복한 이유를 들어봤다. 김 변호사는 1심 재판 때 28사단 군 검찰단이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려 하자 살인죄를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판결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경북 칠곡에서 8살짜리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윤 일병 가해병사들과 똑같은 ‘상해치사’ 혐의다. 학대를 방조한 피해 아동의 친아버지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심지어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독거노인을 칼로 찔려 죽인 강도살해범에게도 얼마전 징역 15년형이 선고됐다. 그에 비해 주범도 아니고 공범이었던 하 병장이나 지 상병에게 각각 30년, 25년이라는 형량을 선고하는 것은 형평성이 맞지 않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또한 판결문 자체도 사실을 왜곡하는 부분이 많다.

-어떤 점이 사실 왜곡인가
=판결문에 따르면 살인죄가 아닌 이유는 피해자의 갈비뼈 중 14대는 심폐소생술로 골절된 것이고 과다출혈은 장기간에 걸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검의조차 심폐소생술로 갈비뼈가 골절됐다는 의견을 제시한적이 없다. 국방과학연구소 법의관도 피하출혈이 장기간에 걸쳐 일어났다고 밝힌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판결이 났다고 생각하나
=일종의 윈-윈 게임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28사단 군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다가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 후 김흥석 육군법무실장이 내부통신망에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공소장을 변경했다’는 글을 올린 게 드러나 사회적 비난이 일었다.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죄를 적용함으로써 자신들의 부실수사 문제를 덮은 것이다. 하지만 상해치사죄만 적용할 경우 여론이 시끄러워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 같다. 이렇게 되면 군과 여론 모두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 병장의 변호인을 맡은 후 줄곧 살인죄를 적용해야한다며 28사단 군 검찰을 비판해온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일종의 보복을 당한 셈이다.

-2심 재판을 3군사령부 고등군사법원에서 맡는다. 조금 전 언급한 김흥석 육군법무실장이 법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인데 재판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는가?
=공정한 재판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김 실장은 이번 사건에 관련됐던 인물이다. 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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