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얼리 어답터'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공중에 떠서 절로 돌아가는 팽이, 촛불을 켜면 숨어 있던 그림이 요술처럼 나타나는 도자기, 새끼손가락보다 작지만 주인을 위해 재롱을 떠는 주머니용 강아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전시장이 별난 물건들로 가득 찼다.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제품과 함께 하는 얼리 어답터'란 긴 제목이 붙은 이 전시회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란 아이디어가 넘치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사들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얼리 어답터'는 기능.디자인.출시 배경.역사 등을 꼼꼼하게 살펴 제품을 예술의 경지에까지 올리는 오피니언 리더 구실을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제품들은 우리나라에 '얼리 어답터'란 말을 처음 들여온 최문규(www.earlyadopter.co.kr)씨와 조현경씨 등 한국에서 손꼽는 '얼리어답터'의 애장품 1백여 점이다.

태엽을 감아 놓아두면 바람 맞은 벌레처럼 부르르 몸을 떠는 '뉴욕 벌레'와 찌개 끓일 때 국물이 안 넘치게 하는 '돼지 뚜껑'은 1만원쯤 하는 소품이지만 아이디어나 디자인이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달콤한 자장가를 불러주는 '뮤직 베개'는 불면증 환자들에게 희소식이고, 연필심을 쇠로 만들어 무한정 쓸 수 있는 '메탈 펜'은 글 많이 쓰는 사람들이 반길 만하다.

전시를 기획한 최문규씨는 "제품을 보면 사람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경향(트렌드)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가정의 달 온가족이 나들이해 보고 느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의 힘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1시부터 전시장에서는 '아이디어 퍼주는 얼리어답터' 세미나가 열리며, 전시기간 중 미니 스튜디오에서 얼리로봇과 사진 촬영 행사가 이어진다. 18일까지. 입장료 어른 3천원, 학생 2천원. 02-720-5114.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