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피어싱' 복막염 걸릴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신세대의 개성 표출인가, 의학적 무지의 소산일까.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의 나라에서 피어싱(piercing)이 유행하고 있다.

피어싱이란 '꿰뚫다'(pierce)의 명사형으로 귓볼과 배꼽, 혀와 코, 젖꼭지 등 신체 부위에 구멍을 내고 링 등 장신구를 다는 행위다.

원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제사 의식의 하나였으나 1970년대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 문신과 함께 확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배우 전도연 씨의 배꼽 피어싱처럼 피어싱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을 보면 이화여대와 대학로, 이태원 등지에 피어싱 전문점이 성업 중이며 네이버 등 인터넷 검색엔진엔 피어싱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2천여개나 된다. 부위당 2만~3만원이면 가능하다.

주로 귀가 대상이지만 최근 배꼽은 물론 다이어트를 위해 혀까지 피어싱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피어싱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의학적 관점에선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영국의 의학잡지 랜싯은 최근 피어싱 특집 기사를 싣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피어싱은 미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귀고리를 포함한 피어싱 인구가 최소 7백만명에서 최대 2천만명으로 추산돼 인구의 13%를 차지한다는 것. 해마다 3만여명이 새롭게 피부에 구멍을 뚫는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피어싱 시술을 하는 층이 철부지 10대가 아니라 주로 대학생들이란 사실이다. 뉴욕 거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학생의 42%, 여학생의 60%가 피어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작용도 속출했다. 영국의 경우 동네 주치의가 환자의 피어싱 부작용을 경험한 비율이 95%나 됐으며 피어싱을 받은 사람의 10~30%가 출혈과 세균 감염 등 부작용을 경험했다. 부작용이 가장 많은 부위는 배꼽으로 전체 부작용의 40%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론 귀(35%)와 코(12%), 젖꼭지(5%) 등의 순서였다.

배꼽에 부작용이 많은 이유는 노출이 되지 않고 씻기 어려워 때가 잘 끼기 때문이다. 배꼽 바로 아래에 복막이 있어서 조그만 염증도 복막염 등 치명적 부작용으로 악화할 수 있기도 하다.

배꼽은 피부 조직과 달리 탯줄이 퇴화된 조직이므로 상처도 잘 아물지 않아 피어싱 부위가 아물려면 평균 9개월이나 걸린다. 귓볼의 경우 6~8주, 혀의 경우 3~4주 등 대부분의 부위가 한두달 이내 아무는 것에 비해 배꼽은 아무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다는 것.

랜싯은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배꼽이 가장 피어싱이 어려운 부위"라며 "특히 배꼽이 움푹 파이지 않고 바깥으로 돌출된 경우나 피부에 땀이 많이 나 배꼽 주위 습도가 높은 경우 삼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귀의 경우 고교 졸업 이후가 바람직하다. 한국인의 경우 귀의 성장이 서양인보다 늦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채성원 교수팀이 지난해 서울과 경기도 일대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9백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16세에 귀가 가장 많이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교수는 "귀의 성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귀고리나 피어싱을 잘못하면 염증이 생겨 귀가 심각하게 변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에이즈나 간염 등 치명적 질환의 감염이다. 이들 질환은 피어싱 시술용 침을 통해 혈액으로 옮겨질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피어싱이 병.의원이 아니라 피어싱 전문점에서 이뤄진다는 것. 피어싱을 받기 전에 가압 멸균소독기를 갖추었는지, 1회용 침을 사용하는지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

배꼽 등 감염이 우려되는 부위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의료기관에서 시술받는 것이 좋다. 배꼽의 경우 감염 예방을 위해 시술 전후 일정 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결론적으로 피어싱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국에선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인공호흡을 위해 튜브를 삽입하다 혀에 달린 피어싱 고리가 기도를 막아 질식사한 사례도 있었다. 꼭 해야한다면 위생설비를 갖춘 곳에서 전문가에게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