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농구선수 "모국이 좋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해외 동포 선수들이 잇따라 국내 농구 코트를 노크하고 있다. 대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국내 대학에서 뛰는 경우다.

고려대를 졸업한 박재헌(SK)과 연세대를 나온 이민우.최종규(은퇴)에 이어 2002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김민수가 경희대에서 뛰고 있다. 김민수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최근에는 연세대와 명지대에서 두 선수가 테스트를 받고 있다. 박재익(제이크 박.1m80㎝.사진 (上))과 김재한(미국이름 존 김.1m85㎝.(下))이다. 김재한은 아버지가 미국인인 흑인 혼혈이고, 박재익은 양친 다 한국인이다.

◆ 박재익=6월, 연세대 체육관에 낯선 학생이 찾아왔다. "한국어학당에 다니는데 미국 브루클린대학 선수다. 연세대가 한국 최강이라니 나도 여기서 뛰고 싶다"고 했다. 뉴타운 고등학교 3학년 때 지역 토너먼트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박건연 감독은 기가 막혔지만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체력훈련부터 시작했다. 25일에도 울진에서 해변을 달렸다. 박 감독은 "놀랄 만큼 열심히 훈련한다"고 웃었다. 그러나 "농구부에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연세대에 진학하려는 고등학교 선수가 많은데다 미리 스카우트한 선수도 자리를 내기 어렵다.

◆ 김재한=명지대 강을준 감독이 김재한과 사우나에 갔다. 강 감독이 물었다. "아이들이 너를 흑인이라고 놀릴지도 몰라. 괜찮겠어?" 김재한이 대답했다. "괜찮아요. 농구만 할 수 있으면." 1982년 평택에서 태어난 김재한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갔다. 부모가 일찍 이혼해 어머니 슬하에서 컸다.

여자농구 스타 전주원(신한은행)의 남편 정영렬씨가 올 초 김재한을 강 감독에게 소개했다. 테스트 결과 중학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는 김재한의 기량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농구로 성공해 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모셔다 호강시키겠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김재한은 입학 예정 선수 자격으로 11월 24일 개막하는 농구대잔치에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