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 후폭풍 … 정시보다 수시에 더 몰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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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 회당기념관에서 한 입시업체의 설명회가 열렸다. 참석 학부모들이 수능 가채점 결과에 따른 대입 지원 전략을 듣고 있다. 올해 수능이 너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지자 대입 전략 세우기가 어려워진 학부모들이 대입설명회로 몰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16일 오후 2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수능 이후 대입 지원전략 설명회가 입시업체 주최로 열렸다. 학부모와 학생 5000여 명이 2층까지 좌석뿐 아니라 통로를 가득 채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 수능 수학B형의 경우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될 정도로 쉽게 출제된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입 전략 세우기가 어려워진 학부모들이 대입설명회로 몰리고 있다. 설명회에 나선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소장은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정시 합격 예측이 불확실해지다 보니 어느 해보다 학부모들의 고민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지원해 둔 수시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지,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서 원하는 대학·학과를 노려볼지를 판단한다. 신종찬 휘문고 진학지도부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 수험생들은 대학별로 서로 다른 수시 전형에 대한 이해가 높다”며 “수능 이후 합격 여부가 불확실한 정시보다 수시에 전념하는 학생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도 “지원해 둔 수시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보는 학생은 일단 수시에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영덕 소장도 “수시 논술 대비반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약 10% 늘었다”고 했다.

 영어와 수학B형이 모두 쉬워 과학탐구 성적이 관건이 된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은 더 많은 혼선을 겪고 있다. 공대 진학을 희망하는 고3 아들을 둔 박모(50)씨는 “자연계 입시에서 관건이라는 과탐의 예상 등급 컷이 입시업체마다 달라 고민”이라며 “그래도 종잡을 수 없는 정시 지원은 공식 성적 발표 뒤로 미루고 일단 수시에 전념하려 한다”고 말했다.

  ‘물수능’ 논란을 계기로 현행 수능 제도의 개편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교 진학지도교사 모임인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이날 “앞으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라 시행될 새 대입 전형에선 통과 여부만 판단하는 자격고사 방식으로 수능을 개편해야 한다”며 “대입은 고교 교육과정에 바탕한 글쓰기·말하기·실기 등과 학생부 종합전형 위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 16일 경희대·단국대·서강대·성균관대·세종대·숙명여대·숭실대·인하대 등이 수시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15일 오전 광주발 용산행 ITX 새마을호가 신탄진역과 매포역 사이에서 고장으로 멈춰서 이들 대학 논술 시험을 보려던 수험생 100여 명이 불편을 겪었다. 일부 응시자는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글=천인성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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