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청 테이프 유출] "통비법은 사생활 보호에 더 비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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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KBS-1 TV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에서는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 보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출연자는 장용석 변호사와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장 변호사는 "불법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불법 도청으로 얻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명예훼손죄와 달리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법성 조각(阻却.배제) 규정이 없는 이유를 음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알 권리와 충돌했을 때 사생활 보호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게 통신비밀보호법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현행 명예훼손죄에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규정이 있다.

또 장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도 위법수집증거 배제의 원칙에 의해 불법 도청 결과물은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언론 보도에서도 적법 절차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 교수는 "도청은 불법이지만 그 내용이 공적인 인물의 공적인 활동에 관련된 것이고 언론사가 도청 테이프를 취득하는 과정이 적법했다면 보도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불법 도청한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사를 무조건 처벌하게 돼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도청 테이프의 대화 당사자의 말이나 행동이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했다더라'는 식의 대화 내용은 언론사가 그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더 노력한 뒤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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