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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하던 돈줄, 실물로 흐르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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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3 조치의 파장이 각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처음엔 7·3 조치의 워낙 큰 충격 때문에 모두들 멍했다가 차차 충격이 가시면서 여러 곳에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성격이 전혀 다른 6·28 조치와 7·3 조치가 1주일을 사이에 두고 잇달아 나오는 바람에 반응들도 묘한 굴절을 이루고 있다. 특히 7·3 조치의 반응이 더 큰데 이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할 것이다. 이제까지 나타난 부문별 반응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금값·암달러>
6·28 조치가 깨워 놓은 금값을 연이은 7·3 조치가 더럭 올려놓았다.
7·3 조치가 나온 직후까지도 대부분의 시중 상인들은 금값이 다소 오르긴 오르겠지만 그리 큰 폭의 지속적인 상승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았었는데 이 같은 예상은 사흘만에 깨지고 금값은 고삐 풀린 말처럼 뛰기 시작, 뚜렷한 투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6·28을 전후해 돈쭝 당 3만 6천원에서 3만 8천 5백원으로 뛰어 오른 시중 금 도매 시세는 이후 강보합세를 지키면서도 별다른 거래 없이 눈치만 살피더니 7·3 조치가 나온 하오에는 다시 돈쭝 당 1천원이 올라 3만 9천 5백원 선을 형성했었다. 이때부터 금값은 다시 눈치를 살피기 시작해 5, 6일에는 아예 금 도매 시세가 형성되지도 않고 있다가 7일 저녁 무렵부터 금값은 갑자기 돈쭝 당 무려 4천원이 뛰어 7·3 조치의 충격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9일 상오 현재 금 도매 시세는 돈쭝 당 4만 3천 5백원, 소매 시세는 4만 9천∼5만원 선에서 여전히 강세로 출발, 금값이 앞으로 얼마나 뛰어 오를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금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도 거래 건수는 여전히 뜸해 일부에서는 건당 거래 규모가 큰 「큰손」들이 본격적으로 금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시중 암달러 시세는 6·28 직후 1백 달러 당 1천 5백원이 올라 8만 1천원 선을 형성하더니 7·3 조치가 나오자 다시 1천 7백원이 껑충 뛰어 요즈음에는 1백 달러 당 8만 2천 7백원의 시세가 형성 됐으나 매물이 끊겨 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은행·短資>
7·3 사채 양성화 방안 발표 이후 6일까지 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물론 요구불예금도 약간 줄었다.
단자의 경우 여신과 수신이 크게 주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6일까지 은행 예금은 모두 1백 42억원이 빠졌는데, 저축성 예금은 1백 23억원이나 줄었고 요구불예금도 19억원이 줄었다.
한편 은행 대출은 1∼5일까지 닷새동안 2천 4백 6억원이 늘었다.
단자의 경우 수신과 여신이 모두 큰 폭으로 줄고 있어 단자회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수신의 경우 3∼6일까지 1천 2백 20억원이 빠져나갔으며 이에 따라 여신도 7백 1억원이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금리가 대폭 인하 돼 예금이자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인 데다 특히 실명예금제 발표로 큰돈들이 불안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7·3 조치 이후 정기예금 등 은행의 장기성 예금의 재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7·3 조치 당시 당국이 거액예금 이동 상황을 추적, 조사 하겠다고 발표, 예금자들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으나 은행측은 구체적인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만 대답하고 있다.
예금주들은 불안한 가운데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은행관계자들은 현재 예금을 인출하는 것은 전과 다름없이 가능하며 무기명이나 가명예금도 연말까지는 가능하다고 강조.

<회사채>
회사채의 발행 금리가 시장 수익률과의 격차가 심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6·28 금리 인하 조치에 따라 회사채 발행 금리(3년 만기·보증)는 11·8% 내렸으나 시장 수익률은 14∼15% 선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없어서 못 팔던 신규발행 회사채가 이젠 안 팔려서 걱정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발행 회사채의 40%를 양대 투자신탁에서 인수해 갔으나 이를 10% 밖에 인수하지 않겠다는 바람에 회사채 소화는 더욱 부진한 실정이다.
투신은 최근 들어 돈이 빠져나가는데다가 앞으로 대규모 발행이 예상되는 국공채 인수를 대비해서 회사채 인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증권회사들은 이미 계획된 회사채 발행 주선을 취소하는 한편 발행이 확정된 회사채의 인수 부담 때문에 상당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 19일부터 31일 사이에 53개 기업이 1천 2백 38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되어 있는데 증권회사들이 소화 부진을 이유로 발행 주선을 기피하고 있어 계획했던 자금 조달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증권회사들은 그들대로 울상이다. 7월 12∼16일 사이에 이미 발행이 확정된 회사채가 1천 1백 60억원 인데 투신의 인수량을 10%로 줄이는 바람에 엄청난 자금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증권회사들은 국공채 발행이 쏟아져 나올 경우 시장 수익률이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인수한 신규발행의 사채를 곧바로 채권시장에다 투매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11·8%에 발행된 것을 15% 수익률로 팔겠다는 것이다.
결국 공 금리는 대폭 인하 됐으나 시장 금리가 따라가지 않아서 생기는 금리의 괴리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앞으로 국공채의 신규발행이 늘어나 시장 수익률을 더 올릴 경우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은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편 CP(신종 기업 어음)는 장 여인 사채 파동 이후 대폭 줄었다가 6·28 금리 인하를 계기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반 금융기관 금리가 워낙 낮으니까 조심스럽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인 CP쪽으로 조심스럽게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평균 매출량은 70억원 수준으로 지난 2∼3월의 1백 60억원 대에 비하면 아직도 부진한 형편이다.
CP 금리는 12∼14%로 되어 있으나 투자자들은 대부분 비교적 단단한 기업들이 13% 선에서 발행하는 CP를 찾고 있다.
사채시장은 장 여인 사건 이후 거의 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가 최근 7·3 조치까지 나오자 일체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사채시장에서 급전 조달을 의뢰해온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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