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3456)제78회 YMCA 60년(12)총회와 하령회|김신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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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6년 나는 제11회 총회와 하령회에 참석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35년 이전을 졸업하고 그해 6월부터 『여론』이라는 자그마한 여성잡지의 편집책임을 맡아 YWCA회관에 유각경 총무 곁에 책상 하나를 놓고 일을 하면서 나는 시간 있는 대로 YWCA 일을 돕기 시작했다. 그래서 36년 총회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그 때 이전의 체육선생님이신 김신실씨가 캠핑지도·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여 많은 것을 지도해주고 가르쳐주었다.
김신실씨는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하와이에 가서 그곳에서 중·고등학교 교육을 받고 대학은 미 본토로 가서 오벌린대학에 입학했다.
전공을 택할 때 학교에서 지도교수가 체육을 권했다.
몸이 건강하고 체격이 좋으니 체육을 택하라는 것이었다.
『체육을 하고 졸업하면 뭘 하죠?』
김씨는 지도교수에게 물었다. 『체육선생도 하고 YWCA 일도 할 수 있다』고 대답한 교수는 뉴욕 YWCA에 전화로 연락해서 한국에 YWCA가 1년 전에 창설되었다는 연락을 받고는 더욱더 강력하게 체육을 전공하라고 했다.
그래서 김씨는 체육과를 졸업하고 이전에 나온 것이다.
이전에 자리를 얻은 것은 24년 김활란 박사가 세계 YWCA대회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 오벌린대학 가까이 있는 한국유학생들이 한국학생 장학기금을 위해 모금 다과회를 열면서 김활란 박사를 연사로 초청하여 만났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이화에 오게 되었고34년에 이사가 되고 그때부터 계속 YWCA 활동을 해왔다. 56년부터는 부회장을, 60년부터는 회장으로 10년간 많은 일을 했다. 이전에서는 30년이래 62년까지 수많은 여성체육인을 길러냈고 지금은 한국 YWCA연합회 명예연합위원으로 계속 도움을 주고있다.
그가 해방 후 이대에 체육과를 두도록 했고 20여년간 많은 공을 세웠다. 그는 남녀학생 하령회 때마다 캠핑지도와 레크리에이션지도를 맡아서 했다. 그때 레크리에이션으로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게임·노래(간단한 영어노래)·포크댄스 등이었다고 했다. 포크댄스를 시키려면 아주 힘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때만 해도 남녀가 어울린다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을 잡으라고 하면 얼른 잡지를 못하고 손끝만 잡았다고 한다.
11회 총회와 하령회 때 장소는 성북동에 있는 당시 유명했던 실업가 백인기씨 별장이었다. 그때 성북동은 산골이었고 숲이 우거지고 냇물까지 흘러 캠핑하기에 좋아 하령회 장소로는 적격이었다. 상당히 큰 양옥이 있어서 회의하기도 좋은 곳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다음해인 37년 「음벽정」이라는 고급요정이 되어 그 장소를 좋아했던 YWCA 회원들은 섭섭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때 프로그램 중에 인상에 남았던 것은 가장행렬이었다. 그런 것을 처음 해보는 우리들은 대단히 흥미 있어 했다. 가장행렬은 그룹별로 준비해서 상도 주었다. 우리직원 팀이 1등을 했다. 사진에도 있듯이 할머니·할아버지·손녀 3대의 한가족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 외에 캠핑에 필요한 훈련이라든지 진지한 토의와 설교와 성경공부를 맡아 해주셨던 윤인구 목사님도 인상에 남아있는 한사람이다.
34년 총회 때 말씀해준 현원국 목사님과는 약간 그 스타일이 달랐지만 성경에 대한 해설이 지적인 것으로 부흥적인 열의나 신령한 하나님과의 교류는 아니었지만 다른 각도에서 연구하는 태도의 말씀과 해석은 교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윤목사는 해방 후 연세대 총장, 전남대 총장을 역임했다.
37년에는 합창반을 조직하여 l주일에 한번씩 전 세브란스병원 뒤(서울역 건너편 동양고속 뒤) 어느 선교사 댁에서 연습을 했다. 멤버들은 대부분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학교나 사회사업기관에 취직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그때 경성방송이 개국된 지 얼마 안되었는데 방송도 몇 번 했다. YWCA행사가 있을 때면 합창프로로 도왔다.
지난 4월20일 대한 YWCA 창립 60주년 기념행사 중 지방 YWCA 합창경연대회 개최 때 그 규모에 있어서나 실력에 있어서 놀랄 만큼 그 수준이 높았다는 평을 받았다. 합창은 언제나 어느 단체에 있어서나 그룹의식을 높여주고 협동심을 북돋워주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 지방 Y에서는 거의 합창단을 가지고 있고, 그 시작을 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찾는다.
또 YWCA는, 특히 지방 Y들은 그때그때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연합회에 사회 연구부를 두었다. 공천폐지·조혼반대 등 운동을 펴나가기도 했다.
농촌계몽과 아울러 명사들의 지방순회강연으로 정신계몽을 하여 상당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언제나 YWCA는 여성의 요구를 살피고 이에 응하려고 노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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