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융합 어떻게 준비하나] 1. 거세지는 짝짓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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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방.통.인' 융합을 아십니까.

디지털 혁명으로 신문.방송.통신.인터넷의 결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걸맞게 관련 정책을 손질 중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법과 정책은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이에 중앙일보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원장 류균)과 공동으로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나라의 미디어 융합 정책을 심층 연구했다. 그 결과와 시사점을 2회에 걸쳐 싣는다.

◆ 속도 내는 미디어 융합=한국에서도 미디어 융합은 익숙한 일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방송을 볼 수 있는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이 출범해 가입자 10만 명을 넘어섰다. DMB는 방송.통신이 결합된 형태지만 신문사들도 콘텐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외국 역시 모든 분야에서 잰걸음이다. 방송과 인터넷의 기능이 합쳐진 '인터넷 TV'(IP-TV) 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최근 중국까지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을 정도다.

디지털 비디오 레코드 제작사인 티보(TiVo)사는 18일 시청자와 광고주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시청자는 셋톱박스를 통해 언제든지 TV 광고를 회피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영화.생필품 등 필요한 광고는 선별적으로 시청할 수 있다. 방송과 쌍방향 통신이 결합된 맞춤형 광고 시대가 열린 셈이다. MP3 플레이어로 유명한 미국의 아툰사도 지난달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오디오 기능이 완벽하게 합쳐진 형태다.

"인터넷 사업에 새롭게 베팅한다." 수많은 신문.방송사를 소유해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뉴스코퍼레이션 루퍼트 머독 회장은 17일 '인터믹스(intermix) 미디어 닷컴'사를 580만 달러(약 60억원)에 인수했다. 이 사이트는 음악.채팅.게임.생활광고 등을 제공하며, 젊은층이 가장 즐겨 찾는 사이버 공간 중 하나다. 하루 방문자 수가 1200만 명에 달한다.

신문도 종이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about.com'을, 워싱턴 포스트는 'slate.com'을 인수해 인터넷 포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젊은층이 TV를 떠나 온라인으로 이동하자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모바일'에 콘텐트를 제공해 100만 명 이상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 "한국, 정책 개선 서둘러야"=선진국들은 미디어 산업의 부가가치를 확신하고 규제기구를 일원화하는 등 융합시대를 준비 중이다. 영국은 2003년 기존 방송과 통신 규제기구 5곳을 묶어 커뮤니케이션 위원회(OFCOM)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뭉쳐야 할 부처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통합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IP-TV의 경우 방송이냐 통신이냐를 놓고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영국.독일 등 선진 외국 언론사와 정책 부처를 방문하고 돌아온 방송진흥원 박사들은 한결같이 "선진국들은 미디어 융합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한다. 강만석 박사는 "미디어 정책의 큰 틀을 새로 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며 "특히 콘텐트 생산이 활성화될 수 있게 규제의 벽을 허물고 산업 진흥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김택환.이상복 기자, 방송진흥원 강만석(영국).성숙희(독일).윤호진(미국).김영덕(일본).이기현(프랑스).이동훈(호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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