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환자 체험 해보니.."유감이올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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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과 토요일(11월7,8일)은 대한 마취과학회 연례 학술대회가 있는 날이어서 응급수술 외에는 수술을 할 수 없는 날이었다.

필자는 이 날을 기회 삼아 그동안 미루어 왔던 건강검진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이제 필자에게 잔소리꾼이 된 오OO 코디네이터의 성화 때문에 하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은 의료인들은 건강 걱정은 붙들어 매어도 될 것이라고들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사실은 완전 반대다.의사자신이 가장 무의촌이고 그 다음은 의사가족이다.
도대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한 시간을 뺄 수가 없는 것이다.

평소 지독한 길치인 필자는 아직까지도 갑상선암센터, 수술실, 입원실외에는 뭐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잘 모른다.
누구의 안내 없이는 잘 찾아가지도 못하는 어리버리가 극치인 일인인 것이다.
해서 오 코디가 안내하는대로 미리미리 수배를 해둔 부서로 찾아가서 검사를 하는 것이다.
평소입고 있던 흰가운은 벗어 놓고 환자 체험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먼저 기본적인 혈액 검사를 하고 지하에 있는 CT스캔실로 간다.
CT 스캔 접수대에 도착하기전에 이미 연락받은 고참 CT기사들이 복도에서 필자를 반갑게 맞아 준다.
근데 접수대의 두 젊은 간호사는 필자가 접수하려 접수대 앞에 서 있는데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사람이 앞에 와 있다는 걸 전혀 개의치 않는다. 무표정이다. 그중에 더 어린 간호사(?)는 원래부터 그런지 얼굴근육이 화가 난 표정이다.(어어? 이것들 봐라? 사람을 무시하고 있잖아? 접수 받는 태도가 뭐 저래....)

마침 어린 간호사 앞에 빈 의자가 놓여 있어 "여기 좀 앉아도 되요?" 하며 앉으려 하니까 " 아, 안돼요, 안돼요"하며 예의 그 화난 표정을 보내 온다.

'아, 누가 먼저 앉게 되는 사람이 있나보다' 하고 주위를 보니 필자 말고는 없다...그참 이상하네......

무얼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좀 기다리게 한 후에 이제는 앉아도 된다는 손짓을 한다.
(고객을 접대하는 첫 접점인 접수 직원이 저래도 되는 거야? 일반 환자들에게는 오죽할까?)

그 다음 CT촬영실, 위내시경, 심장초음파, 심장 트레드밀 검사실의 직원들은 상냥하기 그지 없다. 얼굴 표정이 밝다.

그리고 말투가 참 정겹다.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가 아니라 "이렇게 하게 됩니다., 저렇게 하게 됩니다" 하면서 앞으로 일어 날 일에 대하여 미리 설명을 해 준다. 흠~, 환자에게는 이렇게 해야지.....

검사가 끝나고 외래 코디네이터실에 와서 환우회인 거북이카페에 올라온 회원들의 질문들을 체크하고 카페지기인 박OO간호사에게 이 질문을 이렇게 저 질문은 저렇게 답 하는 것이 좋겠다 등등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등 뒤에서 젊은 여성환자분이 오 코디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다.

"OO과 간호사 설명을 듣는 중에 기록을 하고 싶어서 볼펜을 좀 빌려 달라고 하니까 일언지하에
'기록 할 필요 없어요,그냥 들어세욧' 하잖아요. 사람 존심 상하게....아니 환자인 고객이 필요해서 볼펜을 빌려 달라고 했는데 사람 무안하게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 아이 죄송해요, 제가 대신 사과 할께요, 대신 제 볼펜 드릴께요"
오 코디가 진심으로 사과한다.

"여기 센터 직원들은 참 친절한데 거기는 왜 그럴까......."

얼마전 같은 OO과 간호사가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에게 오늘은 진료가 끝났으니 다음에 와야 된다고 했다가 필자의 다혈질 주머니가 폭발해서 난리가 난 일이 있었다.
"간호사가 할 일이 뭐야? 아직 오후4시밖에 안되었는데 진료가 끝났다고? 설사 시간이 좀 지났더라도 환자의 사정을 봐 줘야 하는 것 아냐? "

난리난리를 치니까 환자가 오히려 미안해 하면서 "괜찮아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한다.
결국 그날 해결하고, 외래 간호팀장이 사과하고 이건은 일단락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부서에서 비슷한 일이 또 터진 것이다.
(큰일이야, 기본 마인드가 안되어 있단 말이야, 몰라서 그렇지 이런저런 비슷한 일들이 어디 한 두 건이었겠나.... ..에휴..)

필자가 신촌에 근무 할때다.

젊은 여성환자 한분이 굳이 필자 한테 수술을 받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환자분 집이 OO병원 코앞인데 하필이면 왜 먼 이곳까지 와서 수술받으려고 해요?"
"교수님, 그 병원 밥맛이에요. 친구가 그 병원에서 수술받고 통증이 심하다고 했더니 '수술 받았으니 당연히 아픈 거죠' 하면서 가운자락에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서더라는 것이에요. 그 것도 젊은 여의사가요"
"잘 했어요. 내가 수술해드릴게요. 나라도 그런 기본이 안되어 있는 병원은 안 갔을 겁니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두가지 부류가 있단다.
하나는 상대를 제압하고 자기가 올라서야 행복을 느끼는 부류다. 생각의 출발점이 자기 중심인 부류이지...
상대야 어떻게 되든 나만 만족하면 되고, 항상 비교해서 내가 더 나아야 된다는 유형인 것이다.
막말 인간들이 이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간들이지....

또 하나는 상대가 행복해져야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부류다. 생각의 출발점이 타인 중심인 부류이지....

자기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형의 인간인 것이다.
모든 일에 감사해 하고 겸손해 하는 사람들이지.....

타인을 위한 봉사에 삶의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간들이지....
물론 이 두 유형의 중간형이 있기는 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불어 살아야 할 공동체 운명이라면 어떤 인간형이 많아야 한다는 건 불문가지이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답답한 것이다.
최소한도 아픈 사람들을 대하는 병원에서만이라도 배려형의 인간이 많아졌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행복해져야 내가 더 행복해 진다"는 필자의 생각이 맞긴 맞는 것 같은데.........참 어렵다.

사족: 필자의 건강진단 결과는 심장, 폐, 간, 위를 비롯한 모든 장기가 정상이란다.
약간 과체중인 것을 제외하고는.......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 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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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기자 sohopeacock@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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