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비만 → 암 확률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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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살이 많이 찐 사람일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인제대 일산백병원은 1992년에 건보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공무원과 교원들 가운데 암에 걸린 적이 없었던 20세 이상의 남성 78만1283명에 대해 10년 동안 추적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들의 나이와 음주.흡연.운동량.가족력.주거지 등의 영향을 모두 제거한 뒤 비만도와 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고도 비만자의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정상 체중(BMI 18.5~22.9)인 사람보다 평균 1.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흡연자(20만9389명)만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고도 비만자가 암에 걸릴 확률은 정상 체중인 사람의 1.62배인 것으로 분석됐다.

인제대 연구팀의 오상우(가정의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서양 사람에 비해 체구가 작고 식.생활습관이 다른 한국인들도 비만으로 인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특히 국내에서 급속히 늘고 있는 대장암.갑상선암.전립선암.신장암 등이 비만과 관련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암 종류별로는 대장암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과체중(BMI 23.0~24.9)인 사람의 발병 확률이 1.24배, 고도 비만은 1.92배 높았다. 또 전립선암은 고도 비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1.92배, 신장암 1.62배, 간암 1.56배, 담도암 2.24배로 발병 가능성이 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위암의 경우도 비흡연자만 놓고 비교 분석한 결과 고도 비만인 사람의 발병 가능성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1.73배나 됐다.

오 교수는 "비만이 당뇨병.고혈압 등뿐 아니라 암까지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비만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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