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안돼' 선입견부터 버려야 … 창조산업 꽃 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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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내가 꺼야 끝난다.”

 한 만렙 고수의 말이다. 만렙은 온라인 게임 등에서 캐릭터의 레벨 수치가 한계점에 이른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역할수행게임(RPG·Role Playing Game)은 게임 유저가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것으로 이 게임에 ‘끝’이란 없다. 최고 레벨을 달성해도 유저 사이의 다양한 교류가 가능해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게임시장도 이같은 모습이다. 게임 산업에 ‘멈춤’이란 없다. 성장률이 다소 감소했지만 안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여전히 많은 유저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12년보다 0.3% 감소한 9조7198억원으로 추산됐다. 2008년 이후 해마다 10% 이상의 성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은 업계에 충격을 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4년 이후로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 원 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9조 원 대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산업의 파급 효과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이 차세대 문화 콘텐트 핵심 산업으로 게임 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부산시는 “게임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및 육성을 위해 5개년 계획(2014~2018년)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게임산업이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다른 산업 연계 효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부산은 실제로 국제 게임산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지스타’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게임도시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지스타 2014’에서는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연방주가 한국 게임사 유치 설명회를 연다. 지난해 지스타 2013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었던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연방주에 이어 두 번째다.

 독일 지방 정부가 게임을 창조산업으로 재인식한 사례다. 지난 10년 동안 독일 지방 정부들은 경쟁적으로 게임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설립됐거나 해외에서 유치한 게임사는 300개를 넘어섰다. 게임 산업 종사자는 1만명을 넘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와 같은 세계적인 게임사들이 유럽 진출을 위해 독일을 선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유럽사무소 관계자는 “독일은 지방 정부들이 게임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면서 “덕분에 자체 개발력이 떨어졌던 독일에서도 신생 게임기업이 탄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스타 2014의 슬로건은 ‘Game is not over(게임은 끝나지 않는다)’다. 최관호 지스타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공동관을 운영하고 대형 퍼블리셔와 게임전문 투자사가 참여하는 게임투자마켓 규모도 확대했다”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기회를 지스타에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를 위해 해외 게임전시회 주최자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해외 게임사 대상 홍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게임업체가 해외에 나가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창조경제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산업이 콘텐트 산업으로서 갖는 가치, 국민의 여가생활로서 위상 등을 고려해 규제 외에도 육성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리니지 게임 유저는 “다른 나라들은 게임을 발전시켜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인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부를 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게임을 하면 잘못이라고 인식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시간·현금 사용 등에 제한을 두면 게임 기업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게임 산업은 위축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게임을 잘해 프로 게이머가 될 수도 있는데 너무 부정적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IT 강국으로서 아쉬움이 든다”고 덧붙였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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