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낮춰 내수자극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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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은행예금률을 내리고 기업세금을 깎아주고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6·28경기대책이 발표되자 시민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너무 뜻밖이어서인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고있다.
특히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약속했다가 돌연 이같은 조치가 나오자 놀라는 표정들.
경제단체를 비롯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잘한 조치라고 환영하는 반면 서민들 입장에서는 빚진 기업들에만 특혜를 줄 것이 아니라 한푼두푼 모아서 은행예금을 해온 형편인데 그처럼 금리를 내리면 누가 예금을 하겠느냐, 기업세금을 깎아주면서 봉급생활자들의 소득세는 왜 그대로 두는가 등의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돈이 풀리고 금리가 내리면 시중자금이 부동산투기를 비롯해 가까스로 안정되고 있는 인플레심리에 다시 불을 붙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또 중소상인들은 금리를 내려서 좋긴 하지만 은행돈을 쓰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금리가 이토록 떨어지면 예금을 덜하는 대신 대출받으려는 사람은 격증한다는 것이다. 각계의 표정과 반응은 다음과 같다.
▲박상정씨(32·전기상·서울 영등포4가8)=정부의 금리인하조치를 환영하지만 우리 같은 영세상인에게 은행돈이 돌아올지 의문스럽다. 상인들은 아무래도 돈을 예금하는 것보다는 빌어쓰는 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돈을 쉽게 빌어쓸 수 있어야 금리인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금융제도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융자될 수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정부는 금리인하도 좋지만 누구나 은행돈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조치를 취해야 실효를 거둘 것이다.
▲김정숙씨(주부·서울 역촌동l89)=내 집 마련 5개년 계획을 짜 은행에 부어 목돈을 마련하려했는데 무턱대고 금리만 내리니 이제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는 느낌이다.
금리가 내려 서민들도 쉽게 은행돈을 갖다 쓸 수 있다면 문제는 다르지만 결국 근검절약해 한푼이라도 저축하려는 우리 서민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1년 사이에 이렇게 금리가 많이 내리고서야 누가 은행에 저축할 생각을 하겠는가.
▲강신애씨(34·주부·서울 서초동 신동아아파트3동706호)=경기침체로 각 부문에 걸친 경제생활이 저조해진 이때 발표된 경기회복책을 우선 환영한다.
그러나 사상 유래 없는 호경기를 누렸던 78년 전후의 걷잡을 수 없었던 물가고와 투기열풍이 다시 몰아치지 않을까 겁부터 난다. 우리 주부들은 물가가 안정된 속에 한푼두푼 모아 저축하는 사람이 잘 살수 있는 건전한 경제풍토를 이룩해줄 것을 정부당국에 바랄 뿐이다. 특히 계속된 금리인하로 저축하고 싶은 의욕이 저하되고있는 것은 당국이 재고해주어야 하겠다. 저축된 돈이 전부 빠져나가 다시 투기심리가 고개를 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뿐이다.
▲김상준씨(삼익주택 전무)=지금까지 기업의 과중한 금융비용이 물가에 전가되는 일도 없진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리인하조치는 물가의 실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 환영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통한 기업투자 촉진이 고용 및 소비자수요를 증대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나타날 효과유발기간은 너무 길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경기파급효과가 빠른 주택 건축부문에 수요자금융을 과감하게 지원해서 경기활성화를 실제적으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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