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못 버린 중국 해양석유공사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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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일 유노칼의 셰브론 인수안 수용 선언으로 중국해양석유유한공사(CNOOC)는 일격을 맞았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미국 방식으로 당당하게 미 기업을 인수하겠다며 엄청난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유노칼 인수 경쟁을 지휘하는 사람은 CNOOC 회장 푸청위(傅成玉.54)다. 1975년 중국동북석유학원을 졸업한 그는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석유. 82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에 입사해 셰브론.셸 등 외국 석유회사들과 합자 문제를 협의하는 일을 했다. 이후 외국 석유 메이저의 아시아 담당 부총재로 일했다. 당시 그의 부하 중 구미 직원이 70여 명에 달했다. 그는 99년 CNOOC로 복귀했다. 그는 중국 내에서 미 석유회사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 중국은 그런 그를 유노칼 인수 책임자로 내세웠다. 그는 미국인을 이용해 미국을 공략하는 '이미제미(以美制美)' 방식을 택했다. CNOOC는 유노칼 인수 선언 6개월 전부터 미국인 고문단 구성에 착수했다. 석유가 민감한 전략물자인 까닭에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가 스카우트한 미국인은 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 출신이다. 애킨 검프(Akin Gump Strauss Hauer & Feld) 변호사팀은 댈러스와 워싱턴에 큰 사무실을 갖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과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오스틴 소재 홍보 회사인 공공전략(Public Strategies Inc)의 책임자인 마크 매키논은 2004년 대선 때 부시 대통령 측의 언론팀을 맡았다.

미국 내에서 CNOOC를 옹호해 줄 지원단엔 딕 체니 부통령의 전 비서도 끼여 있다. 이들은 CNOOC가 인수 선언을 하기 이틀 전부터 워싱턴과 베이징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CNOOC를 돕고 있다. 또 CNOOC의 이사회도 미 기업 인수를 목표로 구성했다. 8명의 이사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회의도 영어로 한다. 이 같은 CNOOC의 전략을 빗대 일각에선 '미국의 창으로 미국의 방패를 찌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CNOOC가 던진 대담한 승부수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인수에 필요한 대금 중 60억 달러를 중국 공상은행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해 각 은행에 통지를 보내 해외 기업을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2001년 제10차 경제사회 5개년 계획 때 '해외로 나가자(走出去)'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해외에 투자도 하고 생산 거점도 마련했다. 최근엔 아예 외국 기업을 통째로 사들여 선진 기술을 흡수하자는 추세다.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중국의 발길이 해외로 쏠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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