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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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골인! 찰즈, 하나만 더]
군중들의 환호 속에 이런 축구응원가도 있었다.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축구경기장의 외침이 아니다.
런던의 성 마리아 병원에서 태어난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영국 군중의 노래.
영국의 「찰즈」황태자와「웨일즈」태자비 「다이애너」 사이에서 난 아들이 받은 국민의 축복이다.
아기는 바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제2위의 인물.
축복은 더 계속됐다. 의회는 의안 토의를 연기하고 새로 태어난 아기와 부모에게 「행운」을 기원했다. 하이드 파크와 런던 탑의 포대는 축포를 울렸다.
병원 밖에서 하루종일 해산 소식을 기다리던 1천여 시민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국기를 흔들었다. 법원 골목 근처의 선술집 주인은 맥주 값을 반액 할인했다.
축하카드와 꽃다발 등 선물은 너무 많이 몰려 다른 병원 환자에게 나눠졌다. 시내의 모든 건물들은 일제히 「유니언 재크」를 게양했다. 자정이 지나서까지 자동차의 경적을 울려대며 버킹검 궁 주변에 몰려들었다.
영국은 포클랜드 승리에 이은 또 하나의 경사를 즐기고 있다.
이번 왕자분만엔 몇 가지 특기사항이 있다.
「찰즈」황태자는 자식의 분만을 지켜본 최초의 영국 왕족. 근엄한 왕실의 전통은 분만을 지켜본다는 것을 꺼려왔다. 현대적이고 서민적 감각을 가진 찰즈는 이미 분만 전에 임신과 분만에 관한 강의도 받은 바 있다.
「다이애너」의 「고집」이 다시 입증되고 있다. 결혼식도 황태자에게 복종을 맹세하던 관례를 깬 새 의전 서에 따라 올린 이 여인은 버킹검 궁에서 해산하라는 「엘리자베드」여왕의 기대와 달리 성 마리아 병원에서 분만했다. 퇴원도 아주 빨랐다. 그것도 그녀의 결정이다. 산모는 보통 분만 후 1주일 정도병원에 머무르지만 「다이애너」는 생후 1시간 된 아들과 함께 퇴원했다.
「찰즈」황태자는 『아기의 이름 때문에 「다이애너」와 약간 말다툼을 했다』고 축하객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 아기가 왕위를 계승할 경우 가장 순수한 영국인 혈통을 가진 군주가 된다.
영국 왕실 혈통연구가들은 이 왕자가 필 58·8%의 영국혈통과 4·69%의 미국 혈통을 갖고 있다고 본다. 「엘리자베드」1세 여왕이래 가장 순수한 영국계란 뜻이다
1066년 영국에 쳐들어와 왕위에 오른 정복왕 「월리엄」은 노르만 인이다.
그러나 1세기 후「헨리」1세는. 색슨공주「마틸다」와 결혼함으로써 노르만과 색슨 두 종족을 화해시켰다. 「마틸다」는 「앨프리드」왕의 직계 후손이었기 때문에 결국 현재의 영 왕실은 7백년에 걸친 「앨프리드」가계의 후손이다.
왕자의 탄생은 영국인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있다. 그것은 영국인의 왕실에 대한 애정을 반영한다. 전제군주시대의 억압 왕권에 대한 아부의 의미는 아니다.
영국 병에 지친 영국인들이 포클랜드 승리와 왕자의 탄생에서「대영제국의 소생」을 기분으로나마 느끼려고 하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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