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타자가 홈런 4개 … 나바로 MV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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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나바로

프로야구 각종 투표 때마다 나오는 ‘외국인 선수 차별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의 야마이코 나바로(27·도미니카공화국)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73표 중 32표를 받은 나바로는 팀 동료 최형우(25표)와 윤성환(16표)을 이기고 ‘11월의 남자’가 됐다.

 나바로는 11일 KS 6차전에서 5타수 3안타 1홈런 5타점을 몰아쳤다. KS 6경기에서 24타수 8안타(타율 0.333) 4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중심 타선이 2할 타율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1번 나바로의 화력은 더욱 돋보였다.

 나바로는 6회 4-1로 앞선 무사 1·2루에서 조상우를 상대로 쐐기 3점홈런을 터뜨렸다.

1·2·4차전에 이어 6차전까지 홈런을 터뜨린 나바로는 2001년 타이론 우즈(전 두산)의 KS 최다 홈런(4개)과 타이를 이뤘다. 외국인 선수가 KS MVP가 된 것도 2001년 우즈 이후 13년 만이다. 비슷한 기록이면 표심이 국내 선수에게 쏠리는 게 관행이지만 나바로의 활약은 그걸 뛰어 넘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나바로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겉돌았다. 2루 수비나 착실히 해줬으면 하는 게 삼성의 기대였다. 시범경기에서 류중일 삼성 감독이 “나바로가 홈런을 치는 꿈을 꿨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저 농담처럼 들렸다.

 나바로는 시즌 초부터 잘 풀렸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답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못 말릴 정도였다. 야구가 잘 되니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고, 리그 최고의 1번타자로 활약했다. 4할이 넘는 출루율(0.417·12위)과 볼넷 96개(1위)를 기록하면서도 홈런 31개(5위), 타점 98개(9위)를 기록할 만큼 해결사 역할도 해냈다. KS에서 나바로는 더 무서운 폭발력을 보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나바로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끝내 그를 막지 못했다.

 나바로가 중심이 된 삼성 타선은 6차전에서 넥센 마운드를 무차별 공격했다. 3차전 등판 후 사흘밖에 쉬지 못한 오재영의 구위가 떨어져 있었다.

3회 초 삼성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상수의 보내기 번트 타구를 오재영이 놓쳤다. 무사 주자 1·2루가 되자 나바로가 무사히 보내기 번트에 성공했다. 1사 2·3루에서 오재영이 더 흔들렸고, 박한이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됐다. 이어 3번타자 채태인이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고, 4번타자이자 주장 최형우가 2타점 2루타를 쳐냈다. 4-0에서 분위기는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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