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클라우드 경쟁력 … 미국 벤처기업에 꽂힌 삼성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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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도 미국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과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한국을 벗어나 철저한 ‘미국화’로 M&A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트렌드가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디바이스 중심에서 미국 기업들이 비교우위에 있는 플랫폼·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SW)적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수한 기업 11곳 중 7곳은 미국 벤처기업이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플랫폼 개발하는 미국계 벤처기업 ‘스마트싱스(SmartThings)’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은 스마트싱스를 사들이는 데만 2억 달러(약 2150억원)을 들였다. 2012년 설립된 스마트싱스의 개방형 플랫폼은 소비자들이 단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원격으로 집을 제어하고, 가정 내 모든 가전기기를 자동화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이 플랫폼은 1000개 이상의 전자기기와 8000개 이상의 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수한 미국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박시’와 올 5월 미국 비디오 관련 앱 업체 ‘셀비’의 인적 자산을 인수한 것도 콘텐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미국 동북부에도 우수 인력들을 받아들일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인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에 이어 이번에는 대서양 연안인 뉴욕·뉴저지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올 7월 뉴욕 맨해튼 미트패킹 지구에 통째로 임대한 6층 건물(총 면적 5110㎡)을 연말까지 마케팅센터로 개장할 예정이다. 삼성 뉴욕마케팅센터는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브리핑과 마케팅 부서 직원들의 업무공간으로 활용된다. 미트패킹 지구는 구글과 애플도 사무실을 내는 등 뉴욕의 광고·미디어 분야 거점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또 현지 부동산 업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 일대에 개발 인력 5000~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사옥 부지를 물색 중이다.

 사실 삼성전자가 미국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국내에선 더 이상 신(新)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역량이 뛰어난 글로벌 인재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영입한다는게 회사 방침”이라면서 “헬스케어와 스마트홈 사업을 위해선 우선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으로 가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같은 역량을 갖춘 회사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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