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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골프 '또 한명의 깜짝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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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한국 여자골프계에 또 한 명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은정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USGA 홈페이지]

한국 여자 골프계에 또 한 명의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올해 17세인 한영외고 3년생 이은정.

이은정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스워프 메모리얼 골프장에서 열린 US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36홀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미국의 티파니 추디(19)를 연장전에서 물리쳤다.

펄 신과 미셸 위 등 재미 동포들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한국 국적 선수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이은정은 매치플레이 방식의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선수 이외에도 한국과 호주.바베이도스.캐나다.대만 국적의 선수들이 미국 내 지역 예선을 거쳐 참가했다.

전반 18홀까지 4홀 차, 후반 5번 홀까지 5홀 차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던 이은정은 6번 홀 버디에 이어 8, 9번 홀 연속 버디로 순식간에 2홀 차로 좁혔다. 16번 홀에서 4m 버디 퍼트로 1홀 차로 따라잡은 이은정은 궁지에 몰린 추디가 마지막 18번 홀에서 파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연장전을 치를 수 있었다. 29년 대회 역사상 연장전을 벌인 것은 처음. 상승세를 탄 이은정은 연장 첫 홀에서 가볍게 파 세이브에 성공해 다시 보기를 범한 추디를 누르고 역전승을 거뒀다.

이은정은 (통역을 통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홀 차로 뒤져 있을 때도 자신이 있었다. 후반 9번 홀에서 약 6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것이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은정은 국내 무대에서조차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 경기도 포천 동남중 1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뒤 올 4월 제주도지사배 주니어대회에서 8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한국 중.고골프연맹에서 정하는 주니어 랭킹 여고부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전지훈련 동안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입상해 국제주니어골프투어(IJGT)가 정하는 15~19세 여자부 순위 8위에 올랐을 만큼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이번 대회 캘리포니아 지역 예선에서 1위(합계 5언더파)의 성적으로 본선에 올라 돌풍을 예고했다. 미국에선 '제이미 리'로 불리며 별명은 동글동글하게 생겼다고 해서 포테이토(감자). 1m63cm.60kg의 체격에 26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가 돋보인다. 이경수(48)씨와 신애숙(36)씨의 1남3녀 중 2녀.

국내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 이경수씨는 "지난해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때는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우승해 너무 기쁘다. 은정이는 18일부터 열리는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과 다음달 1일 US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 US 여자 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10대 전국 아마추어 골프대회 중 하나. 회원제 골프장이 아닌 퍼블릭 골프장에서 벌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며, US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이어 둘째로 권위있는 아마추어 대회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는 144명이 출전해 스트로크 플레이로 64강을 추리며 이후부터는 1대1 매치플레이로 챔피언을 가린다. 펄 신(38)이 1988년과 89년 연속 우승했고, 2003년에는 미셸 위가 최연소(13세8개월11일)로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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