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FM '세계 음악 기행' 매니어들의 전폭적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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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언제부터일까. 라디오가 음악을 듣는 매체가 아닌 '토크쇼'의 장으로 변한게. 음악 전문 DJ가 아니라 10대에게 인기있는 연예인들이 진행을 맡고, 음악보단 신변잡기식의 농담이 주류를 이룬 건 이제 라디오에선 낯익은 풍경이다. 이를 탓하기란 어딘지 세상 물정 모른다는 느낌마저 준다.

이런 풍토에서 음악만을, 그것도 미국의 팝음악이 아닌 제3세계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EBS FM(104.5MHz)의 '세계 음악 기행'(연출 이협희.권윤혜)이다. 매주 월요일~토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된다. 이 시간대라면 라디오의 황금 시간대. 타 방송국은 김장훈.이현우.윤종신 등 거물급 진행자를 포진시켰다.

그런데 EBS에선 이 낯선 프로그램을 벌써 4년째 내보내고 있다. 출범때부터 '세계 음악 기행'의 연출을 맡고 있는 이협희 PD의 말. "2002년 3월부터 전파를 탔죠. 그땐 월드컵을 앞둔 때라 미국뿐만이 아니라 유럽과 남미.아프리카에 대한 문화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때였어요. 음악적으로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결코 영.미 팝에 뒤지지 않은 제3세계 음악을 한번 틀어보자고 했죠."

처음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엔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취향과 맞물리면서 두터운 골수팬층을 확보했다. 게시판엔 "안방에 앉아 세계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러나 놓쳐더라면 너무 아까울뻔 했던 음악을 들어 행복하다" 등의 격려성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이미 오래전에 소개한 유럽의 하우스나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이 요즘에야 강남 카페 등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세계 음악 기행'은 꽤나 유행에 앞선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핑크 마르티니나 프랑스의 고탄 프로젝트 등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뮤지션들이다.

최근엔 국내 음악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화요일마다 '볼빨간의 숨은 우리음악 찾기'란 코너에선 '현철과 벌떼들' 데뷔 앨범에 수록된 번악곡 같은 좀처럼 듣기 힘든 우리 노래도 들을 수 있다.

진행은 인디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더인 성기완(38.사진)씨다. 성씨의 감성적이면서 사색적인 분위기도 '세계 음악 기행'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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