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쿠니 흑백대결에 세계 복싱 계가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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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위대한 백인의 호프』는 탄생할 것인가.
오는12일 상오11시 반(한국시간)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가스 시저스 팰리스에서 벌어질 프로복싱 WBC 헤비급 타이틀매치인 챔피언「래리·훔즈」와 도전자「제리·쿠니」의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전 세계복싱 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지난 59년「잉게마르·요한슨」(스웨덴)이래 23년만에 백인 챔피언을 기대하는 미국의 백인 팬들은 자 뭇 흥분하고 있다.
「쿠니」와 12차 방어전을 갖게 되는「홈즈」는 지난 79년 3차 방어전에서 현 WBA헤비급챔피언인「마이크·위버」도 12회 KO로 제압한 바 있어 사실상 헤비급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홈즈」에게「쿠니」가 도전하여 실질적으로 세계의 주먹 왕을 가려내는 호화 흑백 복싱 쇼가 되고 있다.
무패의 두 철권의 격돌은 4천만∼5천만달러(약2백 80억∼3백5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흥행규모에서도 복싱 사에 새 기록을 세우고 있다. 두 복서는 우선 l천만달러(약 70억 원)씩의 대전료 외에 순수입금의 35%씩을 할당받도록 보장되어 있다. 흑백대결은 그 동안 부상 등의 이유로 두 차례나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는 난산이기도 했다. 이 호화대결을 성공시킨 두 프로모터는 유명한 혹인「돈·킹」과「쿠니」의 공동매니저인 백인「마이크·존즈」로 링 밖에서도 흑백대결이 된 셈.
수입금의 내용은 입장료수입 6백만 달러(관중 3만2천명수용·링사이드는. 5백 달러), 폐쇄회로수입 2천만달러 그리고 유료TV수입 5백만 달러 등 모두 3천1백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외에 전세계에 중계되는 위성중계 료와 광고수입 등을 합하면 칠 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흥행은 지난해 9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인 3천9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슈거·레이·레너드」(대전료 8백만 달러)와「토머스·헌즈」(5백만 달러)의 웰터급 통합타이틀 매치를 능가하고 있다. WBC와 WBA에서 모두 1위로 랭크되어 있는「쿠니」는『「지킬」박사와「하이드」로 불리고 있다. 그는 링 바깥에선 점잖고 너그러우나 링에 오르면 상대방을 몰아붙여 부숴 버리는 파괴자로 돌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링 위의 파괴자인 「쿠니」가 우세할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쿠니」는 40년대『갈색의 폭격기』라던「조·루이스」이래 레프트훅의 파괴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레프트훅의 희생자 중에는 지난해 경기시작 20초만에 녹아 옷 된 전 챔피언「켄·느턴」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반면 홈즈는 유리 턱이란 결정적 취약점을 안고 있어「쿠니」의 가공할 펀치를 막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홈즈」는 이제까지 3차례나 턱을 맞고 다운된 후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또「쿠니」는「홈즈」보다 나이 (25세)도 7세나 젊은데다 키(1m97cm)도 8cm나 커 체격 적으로도 절대 우세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세의 흐름이다.
「홈즈」가 챔피언이 된 후 황금어장이던 헤비급은 웰터급에「레너드」가 나타나면서 조 락하고 말았다.
「홈즈」는「무하마드·알리」의 스파링파트너였다는 것으로 이미지가 깎여 있었다. 반면에「쿠니」는 미국 아마복싱의 꽃인 골든 글러브 대회에서 미들급과 헤비급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인기복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마치 영화배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잘 빠진 외모를 갖춰 스타로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무하마드·알리」-「소니·리스튼」(부년), 「조지·포먼」-「조·프레이저」(73년)의 타이틀매치에서 모두 도전자가 이긴 것과 같은 재판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기도 하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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