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아이디어 톡톡 튀는 학생 발명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내리막길에선 저절로 느려지는 어린이 자전거 속도 조절기(부산 컴퓨터과학고 2년 강수민), 신체 성장에 따라 높이가 조절되는 의자(충남 남산초 5년 정의돈), 눈길에 빠진 자동차 바퀴가 헛돌지 않게 하는 장치(경기도 고암중 3년 김태림) 등…. 지금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특별전시관에는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직접 고안한 이런 발명품들이 전시돼 있다. 모두 12일 발표된 전국 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 입상 작품들. 생활과학 분야부터 학습용품·과학완구·자원재활용까지 총 296점이 선정됐다.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함께 전시돼 있는 이들의 발명일지다.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기록들 속엔 조그만 이마 위에 송알송알 맺혔을 땀방울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발상의 전환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 미래의 과학자들. 발명은 우리 삶에서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전시 기간은 다음달 16일까지다.

◆손잡이를 돌릴 필요 없는 도어록='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기록하자. 세계의 뛰어난 발명인은 모두가 '기록왕'이었다.' 인천 신송고 1학년 원명원군의 발명일지 첫 페이지에 적힌 글귀다. 그 첫 다짐대로 일지 속엔 발명 과정과 고민이 모두 적혀 있다. 손잡이를 돌려 당길 필요 없이 어느 쪽에서 밀기만 해도 열리면서도 잠금 기능을 갖춘 도어록이 그의 작품이다. 원군이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월 19일 학교에서 화분을 든 채 문을 열다가 모두 쏟아 버렸던 사고 때문이었다. '왜 항상 한쪽 문은 잡아당겨야 할까'하는 의문으로 발명이 시작된 것. 발명반 지도교사에게 "좋은 아이디어"라는 칭찬도 들었지만 정작 개발은 쉽진 않았다. 열릴 땐 부드럽지만 잠길 땐 강한 잠금장치를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철물점에서 기존 도어록을 사다가 일일이 분해해 도면까지 만들며 3개월을 씨름한 끝에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정말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었지만 새것을 창조했다는 기쁨은 장난이 아니다. 정말 발명이란 쉬운 게 아니구나. 갑자기 발명가들이 존경스러워졌다.'(2005년 6월 10일 일지에서)

◆소리를 껐다 켰다 하는 탬버린= '2004년 11월 16일. 즐생(즐거운 생활)시간에 쓸 탬버린을 가방에 넣어 왔는데 다른 수업시간에 친구가 가방을 발로 차 소리가 나는 바람에 선생님께 혼났다. 필요 없을 땐 소리가 안 나는 탬버린이 있었으면….'

'ON-OFF 조절 탬버린'을 개발한 충남 삼선초등학교 3학년 신혜진양의 발명 동기다. 신양의 작품은 이번 경진대회에서 학습용품 부문 금상을 받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탬버린 안쪽에 움직일 수 있는 원판을 덧대 사용하지 않을 땐 울림쇠를 꽉 눌러 소리가 나지 않게 했다. 물론 그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는 지도 교사의 몫이 컸다. 국내 악기제조업체에 부탁해 시제품을 만들고 악기로서 제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표준연구원에 검사도 맡겼다. 넘겨받은 시제품을 '즐생'시간에 처음 사용해보게 됐던 날 일지엔 신양의 기쁨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친구들이 신기해 하니 너무너무 정말정말 행복하다. 처음 시작할 땐 이럴 줄 몰랐는데 여기까지 오니 내가 자랑스럽다.'

◆팔 힘 약한 장애인을 위한 다기능 휠체어=서울 대일고 1학년 강건희군은 바퀴의 림(둥근 쇠 부분)을 직접 돌릴 필요 없이 바퀴 축과 연결된 작대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만으로도 앞뒤로 갈 수 있는 휠체어를 발명했다. 지렛대 원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도 움직인다. 한쪽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톱니바퀴인 '래칫' 등 생소한 부품을 써야 했기 때문에 기계 전공자인 아버지와 공대에 다니는 형의 도움을 얻었다. 강군의 발명품은 현재 특허도 출원돼 있는 상태다. 경연대회 입상 소식이 전해진 뒤 강군은 '이 대회는 나에게 발명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던 나의 시야가 넓어졌으며 앞으로 어려운 사람을 위한 발명을 더 많이 하겠다'고 일지에 적었다.

대전=김필규 기자
이수진 인턴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