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협상 타결 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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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임박했다. 두 나라 실무 협상단은 한·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9일 타결을 위한 밤샘 협상에 들어가 10일 새벽까지 농수산품 개방을 비롯한 핵심 쟁점을 조율했다.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이 10일 오전 통상장관 회담을 열고 한·중 FTA 최종 타결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한·중 FTA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10일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공식 선언될 가능성이 크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박 대통령은 출국 전 양란(楊瀾) 양광미디어 회장과 인터뷰에서 “(한·중 FTA가) 성공적으로 체결되면 아태 지역의 지역경제 통합 논의에 어떤 힘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14차 한·중 FTA 협상의 막판 쟁점은 농수산품·공산품·서비스업 시장 개방 수준과 원산지표시기준(PSR)으로 압축된다. 양국 협상단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이 네 가지 쟁점을 놓고 일괄 타결 협상을 벌였다. 양측의 이견이 가장 큰 분야가 농수산물이다. 한국은 주요 농수산물을 초민감품목(1223개)에 넣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중국에 전달했다. 그러나 중국이 협상 마지막 날까지 농수산물의 추가 개방을 요구해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와 달리 공산품과 서비스업은 한국이 공세, 중국이 수세 형국이다.

 이번 APEC에서 한·중 FTA가 타결돼 발효로 이어진다면 한국에 미칠 경제적 파급 효과는 지금까지의 다른 FTA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수출국인 동시에 최대 수입국이다. 두 나라는 FTA 발효와 함께 전체 1만2000여 개 품목 중 90%(수입액 기준 85%)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거나 최대 20년 내에 없애야 한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하루 전까지 FTA 협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9일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어 아무도 (결과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기류가 바뀌어 청와대 및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베이징 현지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협상이 타결 직전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신용호 기자,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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