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과 비리는 준법정신 약화시켜"|「사회발전과 민주의식」여성단체협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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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양심적인 개인, 깨끗한 정부, 도덕적인 사회를 이룩하여 민주 시민으로서의 주인의식을 가진 국민화합의 기반을 마련키 위한 의식개혁 노력이 한국사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즈음하여 사회정화운동사회단체협의회 대표단체인 여성단체협의회(회장 손인보)는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장에서 『의식개혁과 사회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갖는다. 이번 모임의 주제강연인 고범서 박사(전 숭전대 총장)의 『사회발전과 민주의식』을 요약, 소개한다.
8·15 해방 후 한국은 민주국가로의 독립과 산업사회로의 발전 등 중대한 두 가지 정치·사회적인 변화를 맞았다고 고 박사는 말했다. 따라서 한국민의 행·불행, 나아가 국가의 운명은 민주주의의 정착과 산업사회의 지속적 발전 성공여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민의 지상과제를 성공적으로 성취키 위해 요청되는 것이 민주시민의식. 이는 또한 ①일제통치의 잔재의식을 없애고 ②종래의 부정과 비리로 오염된 의식에서 벗어나고 ③전근대적 낡은 의식과 행동양식에서부터 근대적 시민의식과 행동양식에로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일제통치가 한국민에게 남긴 반시민 의식을 고 박사는 다음 4가지로 지적한다.
첫째는 문화적 패배주의요, 소극적 피지배주의라 할 주인의식의 결여.
둘째는 행정적 의식. 셋째는 관료주의, 넷째는 요령적 기회주의와 소극적 무사·안일주의.
또 해방 후 누적되어 온 부정과 비리는 정직하게 사는 사람을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한국사회를 이성이 질식된 불합리한 사회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준법정신의 약화와 저하, 나아가 사회질서의 파괴와 혼란도 부정과 비리에 기인한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행동양식이 필요하다. 『행동양식의 변화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낡은 행동양식에 집착하면 그 사회는 파멸을 면할 길이 없어 종지부를 찍게 된다』 는「신생국가」란 저서에서의 미국의 사회학자 「멀리컨」과 「볼래크머」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고 박사는 사회발전에 의식과 행동이 보조 맞추어 발전하여 「문화적 지연현상」을 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한국의 민주정치와 산업사회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다음 3가지의 민주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고 박사는 얘기하고 있다.
그 첫째는 개방적인 인간관계. 교통·통신·매스컴의 발달로 인한 우리사회의 거대한 기계장치와도 같은 치밀하고 복잡한 조직은 만인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밀접하고도 불가분 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국민을 반목·대립케 하고 유능한 인재는 소외되는 반면 능력부족의 사람이 선택되어 비능률적으로 사회를 운영케 하는 등의 폐단을 가져오는 혈연·지연·학연중심의 연고주의·파벌주의·정실주의에서 탈피, 개방적 인간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직업은 단순히 생활비를 벌기 위한 품팔이 일터가 아니라 그것을 천직으로 생각하여 생 전체를 투입하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
또 그를 통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셋째는 민주적 생활의식. 민주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시민의 주인의식 못지 않게 국민이 민주적으로 사고하고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밟아서 일을 처리하는 민주적 생활의식이 중요하다. 따라서 관과 민의 원활한 의사소통, 타협과 절충, 이상적 사회로의 접근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등 우리의 의식을 민주적 생활과 정치에 적합토록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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