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박지원 “반 측근, 뉴DJP 제안” … 성완종 “상식적으로 말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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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左), 성완종(右)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의 입에서 촉발된 ‘반기문 야당 후보론’이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권 고문은 지난 3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과 상당히 가까운 측근이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이고, 최근에도 반 총장과 가까운 또 다른 두 사람이 와서 얘기했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뒤이어 박지원 의원도 “그중 한 명이 나에게 연락해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의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후 “측근이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박 의원이 4일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분은 최근까지 국회의원을 했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며 “반 총장의 동생이 그 회사의 주요 간부”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지난 6월 26일 대법원 선고로 의원직을 상실한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을 특정한 말이었다. 반 총장의 동생 기상씨는 7년 전부터 성 전 의원이 회장인 경남기업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권 고문 측 관계자도 5일 “지난 10월 중순에 권 고문이 성 전 의원 측 사람들과 저녁을 함께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권 고문 측과 박 의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성 전 의원이 10월 중순 권 고문을 만나 “‘뉴DJP연합’처럼 호남과 충청이 손 잡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박 의원과도 통화를 하며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성 전 의원은 충청 출신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들로 구성된 ‘충청포럼’의 회장이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반 총장도 이 모임의 멤버다. 충청포럼은 2001년 반 총장이 외교부 차관에서 물러났을 때부터 반 총장을 지원해 왔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 그룹은 외교부 출신(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수길 유엔협회세계연맹회장, 김숙 전 유엔대사, 윤여철 외교부 의전장 등)이 중심이지만 충청포럼 역시 주요 인맥으로 꼽힌다.

 그러나 성 전 의원은 권 고문과 박 의원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권 고문과 음식점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권 고문이나 박 의원과 따로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며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도 되지 않았고 반 총장도 임기를 많이 남겨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은 현재 정치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권 고문에게 처음으로 ‘반기문 야당 후보 출마’를 타진한 인물은 스스로 “미국에서 공부한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권 고문은 “ 5월께 그분이 ‘반 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 새정치연합이 영입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이력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권 고문은 “하지만 나는 반 총장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그분의 뜻은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강태화·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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