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넣었던 통장 보이자 수뢰 자백|임·공 전 행장 1억 5천만원·5천만원 이렇게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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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임재수 전 조흥은행장의 배임수뢰혐의는 그의 예금통장이 단서가 됐고 공덕종 전 상은행장은 뇌물을 준 주창균 일신제강 회장의 실토로 수뢰사실이 각각 밝혀졌다.
두 은행장의 뇌물수수 부분은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 처음엔 완강히 부인, 수사진의 애를 태웠다.
그러나 14일 하오 10시 40분쯤 검찰이 처음 임 행장에게 그의 저금통장을 보이며 설명을 요구하자 임 행장은 통장에 쓰인 입금·인출 내용을 거의 자세히 기억해 설명하면서도 작년11월말에 입금되고 12월말에 인출된 1억 5천만원에 대해서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못했다.
이에 힘을 얻은 수사관들이 계속 다그치자 임 행장은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떨구고는 장 여인이 봉투를 주기에 받아보니 1백만원 짜리 자기앞수표 1백 50장(1억 5천만원)이 들어 있어 엄청난 액수에 겁이 나서 한달 후 되돌려 준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때가 15일 상오2시쯤이었다.
이를 옆방에 있던 장 여인에게 확인하자 『누가 그러더냐』고 당황하다 『은행장이 자백했다』고 자백 내용을 들려주자 울음을 터뜨리며 체념한 듯 모두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공 행장을 맡은 수사 팀은 공 행장이 예금통장 등 관계 증거물을 모두 없앤 후여서 더욱 진통을 겪었다.
수사관들이 공 행장의 집에 도착해보니 벽에 액자가 걸렸던 흔적은 있으나 액자조차 떼어버렸을 만큼 철저하게 증거를 없앴다.
수사관들이 뇌물을 준 주창균 일신제강회장을 캤으나 시종 부인했다. 그러나 15일 상오 배달된 신문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 회장은 『이렇게 온 나라가 시끄러운 사건인데 은행장이 구속 안 되고 견딜 수 있겠느냐』며 사실대로 털어놓겠다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주 회장은 처음엔 『2백만원·3백만원 등 2차례에 5백만원을 줬다』고 자백, 검찰은 구속영장에 5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를 공 행장에게 확인하자 공 행장은 『대출 잘못은 처벌받겠지만 천만의 말 씀』이라고 펄쩍뛰어 수사진들을 난감하게 했다.
액수가 틀리기 때문이란 걸 직감한 수사진들은 주 회장을 다시 집중 추궁했다. 결국 주 회장은 공 은행장에게 79년 12월 은행장실로 찾아가 1천만원을 주었고 ▲80년 2월 중순 공씨의 집(서울 신촌동 22의5)을 방문, 또 1천만원을 ▲동년 12월말 다시 집을 방문, 1천만원을 ▲81년 7월 중순 은행장실에서 1천만원을 주었으며 ▲금년 1월 4일 다시 공 은행장 집을 방문, 1천만원을 주는 등 모두 5천만원을 뇌물로 주었다고 자백했다.
공 행장은 뇌물 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행원으로 출발해 행장까지 된 내가 뇌물로 불명예 제대하면 부하행원들 볼 면목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금년 7월 23일이 환갑이고 내년이 정년퇴임인데다 금년 4월 23일 며느리를 보아 뇌물 말이 나올 때마다 사돈과 며느리의 얼굴이 머리에 떠올라 차마 시인할 수가 없었다』고 수사관들에게 하소연했다.
또 주창균 일신회장과는 20년 동안 사귄 친구로 한번도 허술한 점이 없었는데 설마 주 회장이 먼저 털어놓을지는 몰랐다고 섭섭해했다는 것.
주 회장은 평소 친분이 두텁던 공 행장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나 회사가 재무구조가 안 좋은 C급이라며 다른 은행으로 가보라고 만나기조차 거절해 할 수 없이 주 회장 손수 뇌물을 주었다고 자백했다.
주 회장은 뇌물을 줄 때마다 반드시 둘이 만나 직접 전했고 돈은 자신이 개인 통장에서 인출해 서너 군대 은행을 거친 후 현금으로만 주어 이를 추적할 수 없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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