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여인 어음이 가장 안전"|한때 월3·7%까지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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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장씨가 주식을 사고 팔때는 이상하게도 당국의 잇단 경제 정책발표가 나와 항상 재미를 보곤했다는 것.
주식시장의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장씨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큰손을 휘저으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는 것이 증권가의 파다한 소문.
이 때문에 증권가는 한때 장씨의 거동에 따라 큰손들이 우르르 몰려다녔다.
모 증권회사 간부 김모씨(42)는 『막강한 자금력·정보원을 가진 장 여인이 3백77억원을 주식매매 과정에서 손해봤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장 여인이 3백77억원을 손해봤다면 지금까지의 주가 추이로 봐 적어도 1천억원 이상은 주식을 사고 팔고 했어야 하는데 이같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적도 없었거니와 주가 지수도 큰 폭으로 떨어진 적이 없고 완만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또『3백77억원을 손해봤다는 얘기는 사놓은 주식을 팔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장씨가 상당량의 주식을 어디에 빼돌린 것으로 추측했다.
그같이 많은 양의 주식이 증권시장에 쏟아지면 주가는 폭락하게 마련인데 지난해부터 주가가 그런 폭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주식매매에 컴퓨터처럼 기민했던 장씨는 금년 들어서는 무리하게 주식을 사고 파는 등 파행성을 보여 일부에서 의혹을 사기 시작했다.
1천원이면 살수 있는 주식을 1천l백원에 사기도 했고 1천원에 팔 수 있는 주식을 9백원에 팔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그만한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고 추측했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주가는 연일 하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권모씨(42)는『이번 파동으로 3천5백만원을 손해봤다』며『수천명의 투자가들이 장 여인 때문에 30%이상을 손해 봤다』고 말했다.
장씨는 사채시장에서도 어음지불 일을 일정기일로 몰아 하루에 2백억원의 어음을 은행에 넣고 해당 기업체에는 2백억원을 빌려줘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했다는 것.
장씨가 내놓은 어음은 어음 할인율과 선이자가 마지막에는 3푼7리까지 올라가 사채시장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돈올 벌 수 있는 어음으로 통했다는 것.
명동의 1백여 사채업자들은 이같은 조건 때문에 달라붙었다가 돈만 날리고 지금은 거래가 일체 중단되고 있다.
이들은 통상 견질어음은 액면가를 거액으로 발행, 사채시장에서 소화가 안 되도록 하는 것인데 공영토건은 왜 견질 어음을 2천만∼3천만원 짜리로 발행, 사채시장에서 소화가 되도록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아해 했다.
사채업자들은『장 여인이 문제가 될줄 뻔히 알면서도 견질 어음을 사채시장에 유출시킨 것은 결국 한탕하고 튀자는 속셈이 아니었느냐』고 입을 모았다.
장 여인은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나중에는 공영토건의 1천만원 짜리 견질 어음도 유출시켰다.
이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 소액 전주들, 즉 퇴직금 등을 굴리려는 사람들만 돈을 날리게 됐다.
이들은『돈 좀 있다는 사람치고 장 여인의 어음을 갖지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돈을 떼이고 말도 못하고 냉가슴 앓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동 사채시장에는 사채업자를 통해 장씨에게 돈을 꿔준 피해자들이 사채업자에게 몰려가 『내 돈 내놓아라』며 아우성을 치고 사채업자들은『나도 손해만 봤다』며 서로 다투는 현상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사채업자들은『장 여인이 3푼7리 이자율로 돈을 빌어 기업체에 연20%조건으로 빌려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검찰의 속시원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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