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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신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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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 시작이다. 경기회복』
근착 미 경제주간 비즈니스 위크 지는 실로 오랜만에 이런 표제의 특집을 신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의 조심스러운 미소를 표지에 내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5개 도표들의 표정이다. 우선 기업들의 재고와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도표의 곡선은 지난해 11월부터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나 주가, 주택건설, 내구재의 주문은 일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진환자를 본 의사의 소견처럼『신중한 증후』, 『초기적 국면』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회복세의 조짐은 8가지로 나타나고 있었다.
①기업재고는 경기를 가늠하는 가장 예민한 척도다. 바로 그 재고가 지난 1·4분기동안 연율 4백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②17년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떨어졌다. 3월의 0.3% 감소에 이어 인플레이션은 현저히 둔화하고 있다. 원유가 인하도 하나의 플러스요인이 되었다.
③주가의 상승. 지난 3월부터 다우존즈 지수는 V자형으로 오르고 있다.
④항공여행자의 증가. 이것은 전통적으로 소비자들의 감각경기를 나타내는 변화의 신호였다. 4대 항공사의 승용이 최근 두 자리 수 자의 비율로 늘고 있다.
⑤미국 자동차판매율의 신장. 지난 4월 전년동기에 비해 6.1% 증가했다. 이것은 생산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제너럴 모터즈 사는 4천2백 명을 공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⑥주택건축의 증가. 지난 5개월간 계속된 추세다. 『놀라운 상승세』 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⑦지난 2개월간 내구재의 주문이 늘었다. 가구, 기기, 라디오, 텔레비전 등.
⑧반도체산업의 활기. 『쇄도하는 주문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는 것이 유수 기업의 반응이다.
그밖에도 플러스요인은 또 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제2의 감 세로 개인소득세가 또다시 10% 감면된다. 그만큼 소비자의구매력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시민들은 그동안 불황을 겪으면서 가정의 붕괴, 교육의 질적 저하 등을 뼈아프게 체험했다. 노동조합이 대결 아닌 협조무드로 기운 것은 그런 체험의 교훈이다. 임금인상을 외치기보다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판단이 노동자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제는 이런 긍정적 요인들에 의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세계 GNP의 22%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숨을 크게 쉰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26%가 미국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세계의 봄은 이제야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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