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익숙한 것들에 대한 아주 낯선 이야기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사용설명서'시리즈, 뿌리와이파리

섹스
스티븐 아노트 지음, 이민아 옮김
340쪽, 1만원

죽음
톰 히크먼 지음, 이문희 옮김
292쪽, 1만원


톰 히크먼 지음, 김명주 옮김
348쪽, 1만원

딱딱한, 추상적인, 실생활과 관련이 없는 혹은 케케묵은…. 인문학 책하면 얼른 떠오르는 낱말들이다. 이 책들은, 정확히는 이 '사용설명서'시리즈는 다르다. 손에 쏙 들어오면서, 내키는대로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좋고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만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 지식과 정보가 만만찮게 어우러졌다.

프랑스 혁명은 바스티유 감옥 습격보다 파리로 편입될 도시 외곽서 며칠 앞서 터진 폭동이 발단이 되었는데, 이는 편입 후 동네 바의 와인에도 붙을 주세(酒稅)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단다. 또 동물왕국의 대주가인 코끼리는 자연발효된 과일주를 마시기 위해 몇 킬로미터의 발품을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단다. '술'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루 담배 두 갑씩 피우는 루마니아의 한 골초는 2001년 버려진 담배갑으로 자신의 관을 미리 만들었다. 7000개의 담배갑을 사용했으며 관 속에는 담배 필터로 만든 베개도 넣어두었다고 한다.

1993년 미국 통계에 따르면 직장에서 살해당한 여비서의 숫자가, 경찰관과 바텐더 피살자 합계보다 많단다. 이는 '죽음'에 실린 이야기다.

누구나 다 관심이 있으면서, 공식 자리에선 화제로 삼지 않는 성(性)과 관련한 진문기담도 '섹스'에는 수두록 하다. 레바논에선 남자는 어떤 동물 암컷과도 성교할 수 있지만 수컷과 관계하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란다. 출산률 저하로 고민하던 고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과부는 무조건 2년 안에 이혼녀는 18개월 안에 재혼해야 한다고 포고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총각은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며 무자녀 부부는 유산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도록해 출산을 독려했다고 한다.

인터넷 서핑하듯 뒤적이면 이런저런 희한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원제도 'A USER'S GUIDE'다. 글쎄, '죽음'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피해갈 수 없으니 강요된 사용자이긴 하다.

클레오파트라의 성생활이 어땠는지,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던 시대에도 음주운전이란 게 있었는지 등 시시콜콜 살피니 가히 '손바닥 박물지'라 해도 되겠다. 출판사 측에선 '독특한 인문학서'라지만 내숭을 벗어던지고 수다를 떠는 식으로 서술해 여름철 시간죽이기 용으로 알맞다. 잡동사니 지식을 쌓는 덤으로 술자리 같은 데서의 화제를 얻을 수 있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