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차한잔] "최선 다했나요 … 삼세번만 더 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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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1순위 직장 삼성SDS의 웹 마스터다. 사원으로는 드물게 삼성 멀티캠퍼스 IT강사로도 활약 중이다. 대학생, 직장인들이 그의 제자다. 또한 기업체, 관공서는 물론 소년원의 인기 강사다. 정보화 특강도 하지만 성취동기 개발법도 강연한다.

'봉제공장 시다, 삼성 입성기'(열림원)의 저자 권세종(29) 씨는 한마디로 남부럽지 않은 IT전도사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꽃을 꿈꾼다. 그러나 그것은 온실에서 피어난 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봉제공장 시다였고 정규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좌절할 수도, 나쁜 길로 빠질 수도 있었다.

"제가 무식하고 모자라서인지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두드려보자 주의입니다"

단지 그런 무모함이 그의 오늘을 만들었을까. 할머니 손에 자라던 그는 1989년 열세 살 나이에 고향 영주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배가 고파서 가출한 것이었다. 다행히 친절한 순경의 소개로 처음 시작한 일이 봉제공장 시다였다.

"원단 나르는 일부터 했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았어요. 무릎이 꺾일 정도였죠." 7년 여를 근무하면서 재단보조까지 4단계 승진(?)했다.

"새벽엔 신문배달로, 낮엔 시다로, 밤에는 상록야학 학생으로 하루 서너 시간만 잤어요"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당시를 철인 3종 경기하는 것같았다고 기억한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할머니와 누나 생활비로 보내고, 컴퓨터 학원비로 투자하고는 월 10만원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런 집념과 성실성, 집중력이 IT회사의 사환으로 들어가 당당한 전문가가 되도록 이끌었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바탕이 됐다. 드디어 2000년엔 삼성 그룹공채에 도전해 일류대 출신, 유학파들과 나란히 합격하는 작은 '신화'를 일궜다.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 되면 삼세 번만 더 해보자가 제 신조입니다. 불우한 환경이 좌절의 이유가 될 수 없죠." 자신감 덕일까. 부잣집 막내 같은 그의 얼굴엔 지난 어려움을 찾아보기 힘들다.

몇 끼를 굶은 끝에 얻은 라면 하나를 냄비에 물을 가득 넣어 끓인 '곰탕 라면'을 먹었던 이 청년, 열일곱살 적에 비어(맥주)를 베어로 읽었다는 늦깎이, 영어 명령어를 통째로 외워 가며 IT관련 국제자격증 9개를 따고도 다음 '사냥'에 나서는 집념덩어리에게는 말 그대로 불가능이 없어 보였다. 문득 그가 이뤄낼 꿈이 궁금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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