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인·러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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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위스의 세계적인 피아노의 거장 「에트빈·피져」는 『음악은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멜로디, 리듬, 하머니 등 3요소가 부조화된 고저장단의 음을 조화시키는 음악의 속성을 가리킨 말이다.
그러나 부조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현대음악이나 고음과 격렬한 율동을 범벅한 오늘날의 파퓰러뮤직을 듣는 사람이 과연 이 정의에 동의할까.
55년을 기점으로 파퓰러뮤직은 스타일과 내용에 있어서 큰 쌍벽을 맞게됐다. 바로 로큰롤(rock-'n'-roll)의 등장이다. 흑인들의 리듬 앤드 블루스를 기본패턴으로 하고 여기에 재즈의 격렬함을 합성시킨 노래다. 1955년 영 화『블랙보드·정글』에 삽입된 「빌·헤일리」의『로크·어라운드·더·클로크』를 효시로 친다.
로큰롤가사는 약간 외설스럽고 종종 『우, 우』, 『예이, 예이』등 의미없는 외마디를 반복한다. 거친목소리에 빠른 템포, 이것이 로큰롤의 특징이다.
삽시간에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가 로큰롤선풍에 휘말렸고 「엘비스·프레슬리」나 「비틀즈」의 공연때마다 무대 앞에서 열광하는 10대들의 모습은 익히 보아온 터다.
로큰롤을 또 한번 탈바꿈시켜 지금까지 파퓰러뮤직의 주류를 이루게 한 것이 바로 로크뮤직(rock music)이다. 로크뮤직은 내용상 로큰롤과 대차는 없으나 그 탄생배경과 연주형식이 주목을 받는다.
60년대 후반부터 세계는 국가, 인종, 개인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했고 젊은이들 사이엔 반개성, 반전주의가 유행병처럼 번졌다.
바로 이런 사조를 반영한 것이 로크뮤직이다.
로크뮤직의 특징은 대규모 그룹사운드, 전자악기를 통한 음의 최대증폭, 가사의 정치적 관심, 섬광같은 조명과 멤버들의 도전적·선전적 동작, 그리고 자유로운 음악형식이다. 대표적인 로크그룹 「롤링·스톤즈」보다 더 요란한 핑크로크 그룹들이 속속 등장했다.
여기에 반발해서 출현한 것이 좀 점잖은 소프트로크. 유럽과 아시아, 호주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을 다녀간 「아라베스크」, 「놀런즈」, 「리틀·리버·밴드」, 그리고 5월3일부터 공연할 「에어·서플라이」(Air Supply)」가. 이 부류에 속한다. 78년에 조직된 「에어·서플라이」는 『로스트·인·러브』로 히트하기 시작, 80년에 전세계 레코드시장을 휩쓴 신예그룹이다.
『훌륭한 사람은 가장 얇은 조각/모두들 대단치 않게 여기나/나는 곧 붙잡을테야』로 시작되는 『로스트·인·러브』는 부드럽고 로맨틱한 노래다.
어쨌든 「반항적 하급문화」로 출발한 로크뮤직이 왜 오늘날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영·미 대학에선 강좌까지 여는지 파퓰러뮤직의 변전은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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