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0명 등급 오르는데 … 하향 지원한 학생 구제책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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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 장관(왼쪽)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로 인한 피해 학생 전원을 구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오른쪽은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세종=뉴스1]

수능 출제 오류에 따른 피해 구제는 어떤 절차를 따라 피해 유형별로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해 치른 수능 세계지리 응시자(3만7684명) 중 8번 문항이 오답 처리된 수험생은 1만8884명이다. 교육부 조사에서 등급이 오르는 수험생은 약 4800명으로 집계됐다. 세계지리 성적이 올라가 지난해 지원했던 대학에 추가 합격될 인원은 실제 전형을 다시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지난해 해당 문제를 틀린 학생 중 원하는 대학을 포기하고 재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현재 2015학년도 대입 절차를 밟고 있고 수능(11월 13일)을 앞두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년이나 지나서야 구제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들은 기대감과 억울함이 뒤섞여 올해 입시에까지 심리적 악영향을 받게 됐다.

 교육부가 세계지리 성적을 재산출해 통보하는 것은 어차피 수능 이후다. 종로학원 김명찬 평가이사는 “추가합격 여부는 가봐야 아는 만큼 재수생은 올해 입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하던 대학에서 하향지원해 ‘반수(半修)’를 하는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올해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12월 19일 이전까지는 세계지리 점수 상승에 따른 추가 합격 여부를 해당 학생에게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재수·반수생은 정시모집 지원 여부만큼은 추가합격 결과를 보고 결정할 수 있다.

 원하던 대학에 탈락해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성적 재산정에 따라 추가합격할 경우 내년 3월 신입생으로 입학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편입학은 2학년을 마친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번만큼은 1학년을 마쳐도 받아주는 방안을 대학 측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특별법 제정 등으로 허용된다면 지난해 지원했던 대학 2학년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재학 중인 대학의 학점이 그대로 인정될지는 대학별로 기준이 달라 법안 마련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세계지리 8번 문항 때문에 지난해 성적이 낮게 나와 원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못해 보고 하향지원한 학생들도 있다. 김성훈 평가원장은 구제책 발표 회견에서 “지난해 하향지원한 학생에 대해선 대책이 준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지원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선 구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오답 처리 탓에 하향지원했던 학생·학부모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해 학생 소송을 맡았던 임윤태 변호사는 “지난해 같은 등급·백분위·표준점수를 받은 학생들에 대해서도 정원외 편입 등 기회를 주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재산출한 세계지리 성적을 통보한다. 다만 오답 처리된 학생들에게만 할지 등급 등에 변경이 있는 학생에게만 할지 아직 미정이다. 통보가 누락되지 않도록 출신 고교를 통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공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한다. 기존에 정답 처리된 학생들의 등급과 백분위, 표준점수도 바뀔 수 있지만 이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불합격 처리되는 등 불이익은 없다. 세계지리를 선택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각 대학은 재산출된 성적으로 입학 사정을 다시 하게 된다. 수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했으나 재산정한 성적으로 기준에 들면 추가합격된다. 정시는 대학별로 등급·표준점수·백분위 점수를 다양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전형 자체를 다시 해봐야 추가합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이사는 “실제 추가 합격자는 많아야 수백 명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피해 대상 학생들이 지난해 지원했던 대학 중 변경된 성적으로 합격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 곳을 신청하면 해당 대학이 추가합격 결과를 통보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각 대학이 지난해 지원 학생 중 세계지리 선택 학생에 대해 전형을 일괄적으로 다시 해 추가합격자로 통보하는 방안도 저울질 중이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2015학년도 입시로 바쁜 시기에 추가 합격자 산정과 통보 업무까지 생겨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인성·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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