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폭발…슈·강일>
「라모스」와의 일전으로 로스앤젤래스에서의 서강일 인기는 하늘 모르게 치솟았다.
「슈·강일」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메인스트리트 체육관에서는 서강일의 연습 스파링을 2, 3일 전부터 예고했고 50센트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는 구경꾼이 으례 만원을 이뤘다.
당초엔 「라모스」와의 한 게임을 위해 도미했었으나 사정이 귀국을 허락치 않았다.
약 한달 후인 7월, 멕시코의 라이트급 챔피언과 10라운드 논타이틀전을 가졌다.
이 경기로 서강일은 신화적인 복싱 명인으로 격상되었다.
복싱강국인 멕시코의 챔피언이라면 만만한 상대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같은 체급의 선수끼리 싸우는 복싱경기에서 도대체 이런 진풍경이 일어날 수 있을까.
10라운드를 통해 서강일은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안면에 단 한대의 유효타를 맞은 적이 없었다.
1라운드부터 끝날 때까지 오로지 서강일만이 샌드백치 듯, 어린애 손목 비틀듯, 개 패듯 제멋대로 놀아났다. 「라모스」와의 대전 후 한달 동안 서강일은 열심히 연습했다. 세계적 유명 복서들의 훈련과 경기도 많이 봤다. 그 보람으로 서강일의 기량은 최절정기로 치달아 완숙의 경지에 도달했던 것이다.
멕시코 챔피언의 처참한 몰골은 가련할 정도였다. 서강일은 땀만 흘렸을 뿐이었다. 서강일의 펀치력이 약하기도 했지만 멕시코 챔피언은 그렇게 얻어맞고도 다운은 없었다.
다음날의 신문보도-『판정으로 승부를 가린 복싱경기에서 이처럼 두 선수의 점수 차가 많은 것은 처음이다.』 다시 2개월 후인 9월, 서강일은 미국에서의 세번째로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상대는 역시 멕시코계인 「라눌·로하스」. 「로하스」는 캘리포니아주의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이었다. 물론 세계랭커이기도 했다.
경기는 「로하스」가 보유한 캘리포니아주의 주니어라이트급에 서강일이 도전하는 타이틀매치였다. 그리고 동시에 WBC주니어라이트급 초대챔피언의 1차 결정전이기도 했다. 당시 WBC엔 주니어라이트급이 아직 없었다. 그래서 세계타이틀매치와 같은 15라운드 경기로 벌어졌다. 이 메인이벤트에 앞서 당시헤비급 세계챔피언이던 「조·프레이저」가 2명의 선수를 상대로(각각 2라운드씩) 시범경기를 했다.
「로하스」는 키가 1백67cm정도인 단신이었다. 일반적인 예상은 서강일의 일방적 우세로 기울었다. KO승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그만큼 서강일의 실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서강일은 간덩이가 부었을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사실 나 자신도 서강일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위는 추호도 가지지 않았다. 『신중해라』는 주의를 줬지만 으례 하는 소리에 불과했다.
「라모스」와의 경기와 같이 올림픽 오디토리엄엔 1만5천명의 관중이 초만원을 이뤘다. 그들은 승부의 결과보다 서강일의 복싱쇼에 더 흥미를 느껴 몰려온 것이었다.
링에 오르면서 서강일은 『선생님, 저 녀석 정도는 레프트만으로 가지고 놀 수 있어요. 5회 안에 보낼게요』하며 히죽 웃었다. 과연 경기가 시작되자 서강일은 레프트잼만으로 「로하스」를 우롱했다. 단신의 「로하스」는 끈질기게 파고들었으나 서강일의 춤추는 레프트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서강일은 가드를 내린채 댄싱스탭을 밟는 건방을 피우기도 했다. 관중들은 즐거웠다. 환성을 지르고 야단이었다. 이런 상황이 3라운드까지 계속됐다. 도대체 대결이 되지 않는 매치인 듯 했다.
그러나 이 어인 일인가. 4라운드에 들자 눈앞에 번갯불이 번쩍했다.
마음놓고 들어가던 서강일이 「로하스」의 벼르고 벼르던 라이트카운터 한방을 턱에 맞고 벌렁 나자빠지는 것이다. 호된 일격이었고 「로하스」의 펀치는 매서웠다.
캔버스에 엉덩방아를 찧은 후 멍청히 나를 쳐다보는 서강일의 눈동자는 반쯤 돌아 있었다. 카운트 8에 일어났다. 대세는 완전히 역전. 5, 6, 7라운드를 「로하스」는 무섭게 밀어 붙었고 서강일은 비참하게 당하기만 했다. 8라운드에서 서강일은 또 다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역시 서강일의 근성엔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12라운드까지 버틴 서강일은『선생님, 이제 정신이 좀 나요』했다. 그때까지 그의 코밑엔 각성제인 암모니아수가 15병이나 터뜨려졌다. 서강일은 13라운드부커 다시 「로하스」를 마구 난타했다. 경기장은 거대한 용광로를 방불케 했다. 마지막 15라운드 들어 「로하스」는 완전히 그로기, 다운 직전에 이르렀다. 『극적인 역전승인가.』
그렇지만 시간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30초만 더…』 하고 외치는 순간 공이 울리고 마는 것이다.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판정패였다. <계속>계속>인기>
(3386)제77화 사각의 혈투 60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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