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대신 「자연의 소리」팝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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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래코드업계에 이색적인 현상이 일고 있다. 가수들의 음반대신 자연음이나 동물음 흑은 각종 기계음을 담은 테이프제작 붐이 그것. 이 같은 붐은 금년 초 방송가에서 부조리 추방운동의 여파로 가요계가 침체에 빠지자 때맞추어 일어난 현상.
각 레코드사들은 서로 다투어 이런 종류의 레코드제작에 이미 착수했거나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2∼3년 전에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크게 성행했던 것.
가수들의 노래로 불황을 타개하기 힘들 때마다 레코드업계가 강구하는 방법이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우리 나라에서 시도하긴 처음이다.
오아시스레코드사는 이미 1집에서 10집까지에 담을 각종 소리를 수집해 편집하고 있는 중이다.
자연음을 담은 1집과 갖가지 동물의 소리를 담은 2집은 지난 3월 시장에 내놓자 곧바로 매진 됐다.
이에 힘입은 레코드사들은 2∼3년 전 미국과 일본에서 제작됐던 각종소리레코드를 긴급수입, 테이프화 하거나 음반화를 서두르고있다.
국내 최대 레코드 메이커인 지구레코드사도 일본 소니사와 라이선스계약을 맺고 미스틱 모드(Mystic Mode) 집을 준비하고 있다.
대개 레코드사들이 기획한 자연음 소리를 보면 바람·강풍·폭풍우 소리에서 격류·폭포·물레방아 소리에 이르기까지 퍽 다양하다.
빗소리도 우뢰와 함께 내리는 빗소리와 벼락이 떨어지며 내리는 빗소리를 구분해서 제작하고 있다.
천둥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천둥소리와 먼 곳으로부터 오는 천둥소리를 2분씩 구분해서 녹음해 놓았다.
동물소리에서는 자연음보다도 더욱 세분화 된 음을 들려주고 있다.
고릴라 울음소리에서 말이나 소의 웃음소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암놈과 수놈의 소리도 구분한다.
코끼리·호랑이·낙타·개·고양이·침팬지·물개·돌고래 등의 소리도 새끼에서 어미까지 세분화해서 들려준다.
이외에 각종 새소리와 짐승소리,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폭포의 소리 등도 있다.
파도소리는 철에 따라 녹음된 소리에서 암벽에 부딪치는 소리, 태풍이 오기직전의 파도소리까지 들려준다.
비행물체 소리는 각종 전투기소리를 포함해 로키트발사 소리도 있다. 총소리도 마찬가지, 권총에서 대포소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총포류 폭음을 30분짜리에서 1시간 짜리 테이프에 담고있다.
여객기가 각 고도에서 내는 엔진소리도 녹음되어있다. 이착륙할 때의 소리는 물론 음속돌파시 내는 소리도 있다.
자동차소리는 차종에 따라 각기 다른 엔진소리와 최대속력을 낼 때 소리를 들려준다.
이러한 각종 소리를 담은 테이프나 음반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학생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기관에서는 물론이고 유치원에 다니는 미취학아동 등도 가끔 찾는다고.
이러한 레코드업계의 현장에 대해 오아시스레코드사 손진석 사장은 『현재 우리 나라 레코드업계의 불황을 깨는 방법은 별 도리가 없다. 가수로서 안되면 짐승소리라도 녹음해 팔아야 하지 않겠는가』고 반문한다.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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