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 일병 폭행' 주도한 병장 징역 45년 선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육군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30일 28사단 윤모(20) 일병을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이모(25) 병장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다. 또 이 병장과 함께 기소된 하모(22) 병장은 징역 30년, 이모(20) 상병과 지모(20) 상병은 각각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모(23) 하사와 이모(21) 일병은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의 처벌이 내려졌다.

 징역 45년형은 2010년 형법의 양형 기준이 바뀐 이후 민간과 군을 통틀어 최고형이다. 형법의 최고 징역형은 50년이다.

 3군사령부 군사법원 재판부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의 죄질이 나빠 법정 최고형에 해당하는 선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면서 행위를 한 것)가 있다고 확정할 정도로, 의심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라며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형을 선고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전입해 온 뒤부터 매일 수차례씩 번갈아가며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다”며 “범행 횟수와 강도가 갈수록 더해졌고 범행을 은폐하려 하기까지 해 전혀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초범이고 수사기관에서는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며 뒤늦게나마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죄질이 불량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해친 데다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병장은 피해자에 대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사건 당일 피해자가 소변을 흘리고 쓰러진 뒤에도 발로 가슴을 차는 등 충격적일 정도로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중형이유를 적시했다. 그러나 판결 직후 군 검찰은 “재판부가 사실을 오인해 양형을 부당하게 했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이게 살인이 아니면 뭐가 살인이냐”며 재판부를 향해 흙을 던지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윤 일병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자식이라고 하면…. 이게 어떻게 살인이 아니냐. 이 나라를 떠날 거야”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8사단 포병 부대 의무대 소속인 이 병장 등은 지난 3월 8일 전입해온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게 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데 이어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집단폭행을 해 4월 7일 윤 일병을 사망하게 했다. 사고 직후 군 당국은 단순 폭행 사망사건으로 분류해 재판을 진행해오다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7월 말 다시 조사에 나섰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