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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전암 유전자치료백신 국내 연구진이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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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 백신(GX-188E)을 어깨 근육에 주사하면 자궁경부전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킬러 T세포가 만들어진다. T세포는 감염된 부위로 이동해 HPV에 감염된 세포만 골라 죽인다. 죽은 세포 자리에는 정상적인 세포가 분열해 완치가 이뤄진다. [자료=포스텍]

한 해 여성 10만 명 당 9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자궁경부전암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DNA) 치료 백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임상시험(1상) 결과 환자 9명 가운데 8명이 완치됐다. 추가 임상시험(2~3상)을 통과하면 이르면 2017년께 세계 최초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성영철 교수팀은 자궁경부전암 후기 환자를 대상으로 DNA 치료백신(GX-188E)을 투여한 결과 환자의 78%에서 병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완전히 제거됐다고 30일 밝혔다.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서다.

자궁경부전암은 자궁경부암 직전 단계를 말한다.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해 전체 여성 10만명 당 9명을 죽이는 무서운 병이다. 2011년 현재 국내 여성(약 2500만 명)의 약 17.6%(약 440만 명)가 HPV에 감염되고, HPV 환자 중 14.1%(약 62만 명)이 자궁경부전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자궁경부전암ㆍ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HPV 감염자에게는 치료 효과가 없다. 때문에 수술로 자궁경부의 병소를 제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술을 할 경우 조산ㆍ유산ㆍ자궁협착 등의 위험이 있다. 또 바이러스가 남아있다가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벤처회사(제넥신)가 만든 백신을 어깨에 3회 맞으면 특수한 면역세포(킬러 T세포)의 기능이 극대화돼 HPV에 감염된 세포만 골라 죽이게 된다. 또 죽은 세포 자리에는 정상적인 세포가 자라 자궁경부가 다시 건강한 상태가 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현재 세계 각국의 벤처기업, 제약회사 등이 자궁경부전암 치료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완치율 50%를 넘긴 치료제는 연구팀이 개발한 GX-188E뿐이다.

성영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부작용이 많은 기존 치료법을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HPV가 유발하는 다른 암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HPV는 호흡기·눈·성기 주변에 사마귀 형태의 병변을 일으킨다. 자궁경부전암 외에 자궁경부암·구강암·항문암·외음부암 등도 일으킨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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