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에 공영형 자율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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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10년부터 학교 설립은 국가.지자체가 하고 운영은 학부모.시민단체.종교단체.기업체 등 지역인사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공영형 자율학교'가 도입된다. 이들 학교는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설립된다.

공영형 자율학교는 설립과 운영을 분리해 기존 자율학교나 자립형 사립고보다 자율권을 더욱 확대한 것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의 설립과 운영주체는 동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 대학총장 여름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도시에 교육과 의료.문화 등 정주를 위한 자족여건을 만드는 차원에서 공영형 자율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구상 중인 이 학교는 미국의 차터(charter:학교헌장) 스쿨과 유사한 개념이다. 차터 스쿨은 교사.학부모.지역인사들의 합의 하에 '구체적인 교육목표와 성취방법'을 명시한 학교헌장을 제정해 관할 교육당국의 허가를 얻어 운영하는 대안(代案) 공립학교다. 공영형 자율학교도 기본적으로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재원을 조달해 설립하는 국립 또는 공립 형태로 설립된다. 하지만 이사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와 지자체.시민단체.종교단체.기업체 관계자 등 지역인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학교 운영 계획'을 수립해 국가나 교육청에 '협약'형태로 승인을 받은 뒤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게 된다. 교과과정 운영과 교장.교사 선발 또는 초빙을 자율 결정할 수 있으며 학생 선발권이나 등록금 책정에서도 상당부분 자율성을 허용할 예정이다.

학생 선발은 이전 공공기관 자녀에게 직접적인 입학 우선권을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지역 주민을 우선적으로 뽑고, 나머지 정원을 다른 지역에 배정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특목고 유치 요구가 많았지만 혁신도시마다 특목고를 만들기는 어려워 대안으로 공영형 자율학교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수월성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공영형 자율학교를 초.중.고교 모두에 적용하되 11월 혁신도시 수가 최종 확정되는 데 따라 설립 학교 수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20개 안팎의 공영형 자율학교가 2010 ~ 2012년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공영형 자율학교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내에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교육부 김원찬 교육복지정책과장은 "협약 형태로 학교 승인을 받기 때문에 자율성은 최대한 부여하되 일정 기간 운영한 뒤 평가를 거쳐 학교설립 취소 등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대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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