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종교|성직자의 행위와 법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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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금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당국은 부산의 미국문화권 방화사건의배후 조종자김현장이 가톨릭원주교구 교육원에 장기간 은신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동교육원이 그를 은닉하게된 경위를 규명하기 위하여 원장인 최기식신부를 연행, 조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같은 보도와함께 매스컴에서는 주로 종교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를통해 성직자의 종교적 행위의 자유의 한계, 더 나아가서 국가와 종교의 관계에 관한 거창한-법과 종교철학의I문제를 다루려 하고 있는것 같다.
이번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또한 인간의 정신적 세계에서의 종교의 비중, 그리고 교회의 현실적 영향력에 비추어 그러한 문체가 제기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있어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것은 별로 문제될 것이 아니라고 간단히 말할수도 있다. 즉 이른바 「법앞에서의 평등」이라는 법형식의 원칙에서 본다면 성직자도 국가의 구성원임에 틀림없을진대 그들의 종교적 행위도 객관적인 법질서의 일부로서 법적규제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대의 교회(성당)는 중세기적인 그것과는 달리 무정부적인 사랑의 영역으로 방치될수는 없는 것이다.
근대국가에 있어서의 종교의 자유가 인간의 시원적인 기본권이냐, 아니냐하는 것이 문제되고 있지만 어떻든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와 함께 현대국가의 헌법에 있어서 널리 정신적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또한 국제인권규약에서도 그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한 견지에서 종교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종교의 자유란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헌법이 이를 명시하고 있지않다. 통설적인 해석에 따르면 그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 첫째는 신앙의 자유며, 둘째는 종교적 결사의 자유고, 그 세째가 종교적 행위의 자유다. 신앙이란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바와 같이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귀의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의 신앙은 국가에 의해서도 규제의 대상이 될수없는 이른바 절대적 자유에 속한다.
따라서 신앙이 어떠한 형식 또는 행태를 통해서 외부에 표현될 때에만 그것은 국가에의한 통제의 대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앙의 자유에는 특정한 종교를 믿을 자유와 믿지 않을 자유는 말할것도 없고 그 종교에관한 선전의 자유, 국가기관의 심문에 대한 묵비의 자유, 그리고 종교적 교육의 자유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종교적 자유가 인간의 정신적 기본권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개인의 순수한 주관적 권리냐, 또는 객관적인 법질서냐 하는 것이 문제가된다. 종교의 자유에 있어서 신앙의 자유를 기준으로 할때에는 그것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종교적 결사(교회·성당또는 사찰등)의 자유나 종교적 행위·의식의 자유를 기준으로할 때에는 그것은 객관적인 법질서의 일부를 구성하는것이며 따라서 국가의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일반의 상식으로되어 있는바와 같이 종교의 자유도 물론 법률에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 그것은 종교의 자유도 법률의 일반유보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한하는것은 종교적 선전, 종교적결사, 그리고 종교적 의식 또는 행위에 있어서와 같이 신앙이 어떤 형식을 통해서 외부로 표현되는 경우에만 한정된다는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시민적및 정치적권리에관한 국제규약」에는 「종교또는 신앙을 표명하는 자유에 대해서는 법률에서 정하는 제한으로써 공공의 안전, 공공의 질서, 공중의건강및 도덕 또는 다른 사람의 기본적 권리및 자유를 보호하기위하여 필요한 것만을 과할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같은 법의 규정은 말할것도 없이 국가의 안전과 종교의 자유를 조화함으로써 양자의 존립을 보장하는데에 목적을 두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이번 사건의 귀추가 특히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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