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식신부 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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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원주=한천수·최재영기자】치안본부 수사대는 5일낮12시25분 부산 미문화원 방화교사범 김현장(32)을 22개월동안 보호해온 가톨릭원주교구 사목국장겸 교육원장 최기식신부(42)를 연행, 서울로 압송했다. 경찰은 최신부와 함께 교육원 보일러기사 문길환씨(37)와 김현장의 애인이자 문부식과 김은숙에게 잠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애양(27·치악산 서적주인)·전 원주가톨릭 노동청년회 회장 이창복씨(42·천주교 원주교구 사회개발위원)·김현장의 대부로 알려진 정인재씨등 4명도 연행했다. 최신부는 이날 낮11시55분 원주시 봉산동산2의955 교육원에서 원주경찰서 정보과장 이동식경감과 경찰관2명의 방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다 낮12시25분쯤 교육원을 나와 원주경찰서소속 강원l다1467호 코티나 승용차편으로 원주경찰서정보과장실로 연행됐다. <관계기사 10·11면>
이과장은 최신부를 「임의동행」하라는 본부의 지시를 받고 왔다며 『연행이유는 김현장에 대한 증인조사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치안본부는 모 최신부외에도 광주소요사태 관련자 정순철(27)과 김현장등을 은닉해준 신부및 종교계인사등 관련자 전원을 연행수사하고 공주사대 소요관련자 이상헌군(23)을 숨겨준 이병돈신부도 소환, 입건 조사할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신부는 김현장이 수배자인줄알면서도 1년10개월 동안이나 김을 숨겨줬으며 특히 김이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의 배후조종자인줄 안이후에도 계속해 숨겨준 협의를 받고있다.
경찰은 또 최신부가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이후 원주로 도피해온 문부식과김은숙의 혼배성사까지 집전해줬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신부의 구속여부는 혐의내용과 정책차원의 검토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최신부는 이날 형사2명과 황지성당 안승길신부의 부축을 받으며 교육원현관을 나왔다. 최신부는 로만칼러의 신부복에 베이지색 바바리코트 차림이었다.
최신부는 여유있는 표정을 지으며 보도진을 향해 『사진은 그만 찍고 기사나 잘 써달라』 며 『교회와 학생을 생각해달라』고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최신부가 연행된 교육원엔 원주경찰서 형사20여명과 마을주민들이 지켜봤다.
원주경찰서정보과장실에서 기자와 만난 최신부는 굳은 표정에 간간이 엷은 웃음을 띠며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 다음에 하자』고 입을 다물었다.
한편 이날낮l2시40분쯤 경찰에 연행된 교육원보일러기사 문씨는 『김현장을 최신부를 찾아온 손님으로만 알고 있었다』며『주로 교육원2층l호침실앞 창고에서 침식을 했고 강의가 없을땐 교육생들의 침실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씨는 김이 가끔 교육생들과 어울려 탁구를 치기도 했으나 강사노릇을 했는지의 여부는 모르고 있다며 입을 다물었다.
문씨는 문부식과 김은숙이 29일밤10시쯤 최신부를 만나러 찾아왔으며 그날밤은 최신부를 만나지 못하고 이튿날 상오 최신부와 대화를 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낮12시50분쯤에 경찰에 따로 연행되어온 김영애양은 약간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기죽은 표정이나 겁먹은 태도는 보이지않았다.
김양은 연행되어온 경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할말없어요』라고 한마디로 자른뒤 굳게 입을 다물었다.
경찰은 또 원주지구가톨릭노동청년회 전회장 이씨가 교육원교육과정을 통해 김현장과 접촉했었다는 혐의를 잡고 이씨를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고위관계자들은 『국기(국기)를 흔드는 불순범법자들을 은닉해준 사람을 입건수사하는것은 상식이며 또 법은 만인앞에 평등해야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부식의 배후인 김현장의 경우 광주사태이후 전주·진안등지를 거쳐 원주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신부3명과 가톨릭농민회원1명등 모두 4명의 뚜렷한 도움을 받았으며 정순철의 경우 수원·안동·삼천포·대구·인천·서울·영광등으로 피신해 다니는 동안 신부2명및 가톨릭농민회원 3명과 친척등 모두 10명(3명구속)의 뚜렷한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의 배후및 연계조직 ▲김이 원주에 잠입해있던 1년10개월동안의 행적 ▲도피기간중 비호세력등을 추궁하고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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