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사고"로 얼룩진 전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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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꺼지는 듯 했던 항도 부산의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불길은 주범 문부식의 배후조종자로 김현장이 등장함으로써 또다시 세차게 타오르고 있다.
문의 「상부」「위」라고 지칭하는 김현장은 어떤 정체의 인물인가. 원주교구청 교육원과 김, 그리고 최기식 신부와의 함수관계는 어떤 것인가를 추적해 본다.
김현장, 32세, 전남 강진군 칠량면 영동리 469가 주민등록상의 현주소. 그러나 실재 거주지는 가톨릭 원주교구청이다.
가톨릭신자로 조선대 시절부터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비뚤어져 있었고 반체제운동에 앞장서왔다.
73년3월 고등학생인 여동생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광주시내 모 다방에 들어가 종업원을 각목으로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고 돈을 뺏으려다 현장에서 붙들렸다.
같은 해 10월26일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가톨릭 농민회원인 김은 80년5월 광주사태 때 공안 저해사범으로 현상수배 되었으며 사태 후 곧바로 원주교구청으로 가 은신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 77년8월 『대화』(발행처 크리스천 아카데미·발행인 강원룡)라는 잡지에 『무등산 타잔 박흥숙의 진상』이란 제목으로 수사와 언론이 편파적이라는 내용으로 원고지 1백20장의 투고를 하기도 했다.
이곳에 은신 후 김의 신분은 가명을 쓰면서 원주교구청 교육원의 강사로 바뀌었다.
교육원은 원주교구의 유일한 신도교육장으로 강사는 대체로 신부가 맡고 있으나 강의 종목에 따라 일반신도 중에서 담당할 수도 있다.
주된 교육과목은 천주교리·신용조합운동·농민회·청년회 등 대학생과 일반신도·예비사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김은 이곳에서 농민운동을 중심으로 한 의식교육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원주시내에 있는 「치악산 서점」은 김의 애인이 경영하는 곳으로 경찰수사결과 지난달 29일 문부식·김은숙 등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으로 밝혀져 김과 이번 부산방화범들간의 중간연락거점으로 밝혀졌다.
형사대가 김이 원주교육원에 은신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교육원을 포위한 뒤 최기식 신부에게 신병인도를 요구했을 때 최 신부가 처음 망설였던 것은 사제로서 『핍박받는 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종교적 양심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으나 뒤늦게 모 수사기관에 김을 인도한 것은 그런 것과는 다른 차원의 행동이라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특히 문이 부산 방화 때 행동대원들에게 『너희들의 행동을 필름에 담아 「상부」(김을 지칭)에 보고하겠다』고 말한 점으로 보아 이미 오래 전부터 문과 김은 치악산 서점을 통해 교육원안까지 연락이 닿았다는 심증을 굳혀 이번 사건에 교육원이란 장소는 묘한 뉘앙스로 등장케 되었다.
김은 『대화』투고에서 『이번 여론조사에는 언론의 보도와 수사당국의 발표를 자료로 삼았으나 조사에 착수하고 보니 내용이 사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되어있다.
그는 특히 사건의 무대가 판자촌인데 이를 무당촌으로 표현했고, 범인 박을 「무등산 타잔」이라고 미화했다고 비난했다.
김은 『범인 박의 이 옷을 통해 조사해 본 결과 박은 이웃 할머니나 어머니께 효도를 하는 효자였으며 「살아서 굴욕을 당하느니 분투 중에 쓰러짐을 택하리라」를 생활신조로 살아 왔었다』고 박을 칭찬까지 했다.
이밖에도 김은 78년부터 80년까지 『관광기생』『농협의 문제점』『제주도 땅 투기』등 제목으로 4∼5차례 현실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원주=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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