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독선운영·사치 없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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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수교 장로회(통합)를 대표하는 신도 5만명의 서울 영락교회에 교회운영 등을 둘러싼 파문이 일고 있다. 파문의 중요내용은 『교회의 물량적 팽창주의, 당회·제직회의 독선적 운영, 성직자의 사치풍조』등이다. 현 영락교회 서리 집사인 신영오씨(연세대교수)는 최근 당 회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교회 안의 갖가지 문제점 등을 35개항으로 나누어 지적하고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교회측은 신 집사의 지적에는 주관적인 오해가 많으나 일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어 시정을 해 가는 입장이다.
영락교회의 이 같은 교회 안의 파문은 언론계 요로 등에도 호소돼 교계 안팎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신 집사의 공개서한>
장로교 총회 헌법이 보장한 공동회의와 제직회의 운영은 요식 행위에 불과한 채 그 직능들을 당 회가 도맡아 독선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영락교회가 과연 예수교 장로회 소속의 교회인가를 의심케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독선체제의 구체적 예로는 당 회가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장로자격을 갖추었어도 당 회원이 될 수 없게 돼있는 장로선출 방식을 지적했다.
신 집사는 『영락교회의 현실은 장로교회의 기본 원칙에서 볼 때 너무나도 거리가 먼 껍질만의 장로교회일 뿐 하나의 신흥종파로 볼 수 있다』는 강경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은 그가 지적한 영락교회 안의 문제점들-.
▲교회주보 등에 「목사」직함을 쓰지 않고 명예 박사학위 등으로 표시하는 것은 속화된 표현이다.
▲각종 헌금자의 이름을 주보에 게재, 광고하는 일은 합당치 못하다.
▲너무 사치스런 강단의 꽃 장식은 차라리 그 비용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회마당이 승용차들의 주차장화 하는 일과 감사패 감사장 수수의 남발은 지양돼야한다.
▲당 회실 밑에 매점을 설치, 음식 등을 파는 상행위는 없애야 한다.
▲설교 집 『만남』지 등에 설교자의 사진을 크게 개재하고 설교내용을 목사의 창작작품인양 표시하는 것은 이들이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예수의 복음을 팔아먹는 행위이므로 그런 오류를 없애야 한다.
▲목사의 사택이 60평이 넘는 호화 아파트라는 사실은 사회수준에 비추어 사치스런 일이 아닌가.
▲성스러운 헌금으로 규모 신축교회 부지를 당 회 임의대로 은밀히 구입한 것은 부동산 투기 행위가 아닌지 그 경위를 밝혀 달라.

<교회측의 입장>
영락교회의 당 회 서기를 맡고 있는 김영배 장로는 1일 신 집사와 대화를 통해 주관적인 오해부분을 풀고 공감이 가는 문제점은 교회 공식기구의 협의를 거쳐 개선하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당회·제직회·공동의회의 문제는 5만 신도의 대형교회라는 점에서 80년부터 교단 헌법과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당회 선거내규」를 제정,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3천명이 넘는 제직회는 헌법상의 과반수라는 성원정족수를 재적 3분의1 이상으로 했고, 장로선출은 공동 의회선출이 회의 성원미달 등으로 어려운 실정이라 장로·집사의 공천을 거쳐 당 회가 선출하고 있다는 것.
김 장로는 유인물에 「목사」대신 명예 박사학위를 표시하는 문제는 앞으로 시정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헌금자의 명단게재는 『성경』말씀에 비추어보면 다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이름을 밝히길 원할 경우 계속할 수밖에 없고 교회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꽃 장식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승용차 문제는 교회 소유는 목수가 직접 운전하는 심방용 포니 17대뿐이고 담임목사의 아파트는 전세로 들었던 것을 매입, 사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 신축부지는 서울 방배동에 녹지 2만평을 매입한 게 사실이고 신도 수용상 신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므로 녹지가 해제되면 교회를 신축할 것이며 절대로 토지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교회를 신축하더라도 현재의 교회를 매각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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