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후 수사기록 열람 전면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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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은 1일부터 법원 결정 이전에 검찰에서 벌금을 미리 받는 ‘벌과금 예납(豫納) 제도’를 폐지하고, 검찰의 공소 제기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수사기록 전체에 대해 열람·등사를 허용키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대검은 이밖에도 ^일선 검찰청의 법무부 직접 정보보고 폐지^주임검사의 의견 개진권 보장^검찰개혁 자문위원회 설치^민원 전담관 제도 시행 등의 검찰 개혁 방안을 실시키로 했다.

검찰은 “이번 개혁 방안은 검찰이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버리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벌과금 예납제도 폐지=예납제도는 음주운전·단순 폭력 사건 등 정식 재판을 하지 않고 검찰의 약식 기소에 의해 벌금형이 내려지는 사건에서 당사자에게 법원 결정에 앞서 미리 해당 벌금을 내게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조사하고 검찰이 서류를 검토한 뒤 약식 기소를 하면서 우편으로 벌금 예납고지서를 발송하면, 당사자는 법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납부해 왔다.매년 약 70만건에,납부액도 1조2천억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검찰이 법원 결정에 앞서 납부를 강요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1일부터 이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검찰은 법원이 당사자에게 벌금을 내라는 약식명령을 내린 뒤 납부 명령서 등을 발송해 벌과금을 받게 된다.검찰 관계자는 “징수 실적이 낮아질 우려가 있지만,검찰권이 법과 원칙에 따라 행사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기록 전면 공개=그동안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은 검찰로부터 당사자의 진술 내용 이외에는 다른 수사기록을 볼 수 없었다. 법원에 수사기록이 넘어오기 전까지 피고인측은 수사 내용을 알 길이 없어서 방어권을 행사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모든 자료를 피고인측에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크게 보장될 전망이다. 검찰은 그러나 공범에 대한 추가 수사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록 공개를 제한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 중립 방안=검찰은 수사사건 관련 정보를 대검과 함께 법무부에도 직접 보고하던 법무부 장관 직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법무부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는 원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검찰은 또 사건 처리과정에서 상사와 견해가 다를 때 주임 검사의 의견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주임검사의 의견 개진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학교수를 위원장으로하는 검찰개혁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제도 개선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했다.또 검찰은 경험이 풍부한 간부 직원들이 민원 관련 업무를 관할하는 민원전담관 제도를 서울 등 6개 검찰청에서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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